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의 인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EV) 시장은 여전히 과도기를 겪고 있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발표한 ‘2025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들은 하이브리드(HEV) 차량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일본(35%)과 비슷한 수준으로, 한국 역시 31%의 응답자가 하이브리드를 선택했다.

반면, 전기차 시장은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5%), 독일(8%), 동남아시아(11%) 등 주요 시장에서도 전기차 선호도는 낮은 편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과 하이브리드를 선호한다. 전기차로의 전환이 더딘 이유로는 긴 충전 시간, 충전 인프라 부족, 배터리 안전성 문제 등을 꼽았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전기차 보급 확대는 예상보다 더딜 가능성이 높다.

경제성 우선하는 한국 소비자

한국 소비자들이 차량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은 경제성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7%가 낮은 연료비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으며 환경에 대한 우려(43%), 유지 및 관리 비용 절감(38%), 정부 보조금(35%) 등이 뒤를 이었다. 즉, 한국 소비자들은 친환경적인 요소보다도 비용 절감 효과에 더 주목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는 중국산 전기차의 국내 시장 진출 시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중국 자동차 브랜드들은 공격적인 가격 전략과 빠른 충전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는 초고속 충전 기술을 공개하며 단 10분 30초 만에 배터리를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만약 이 기술이 한국 시장에 적용된다면, 기존 한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

차량 소유 개념 변화… 미래 자동차 시장의 방향은?

전통적인 차량 소유 개념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젊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차량 구독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다만 국가별로 그 선호도에는 차이가 있다. 인도와 중국에서는 젊은 소비자의 절반 이상이 차량 구독 서비스에 관심을 보였지만, 한국과 일본에서는 해당 비율이 30% 이하로 낮게 나타났다.

또한, 차량과 스마트폰의 연결성(56%)이나 긴급 상황 지원(71%) 등 커넥티드카 기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자동차가 하나의 ‘서비스’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5년 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개인 차량 이용이 감소하고 통합교통서비스(MaaS, Mobility as a Service)의 활용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자동차 시장은 하이브리드 차량 선호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기차 시장은 충전 인프라 부족과 배터리 안전성 문제로 인해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한편, 경제성을 중시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중국산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한국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개선, 배터리 기술 개발, 커넥티드카 서비스 강화 등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차량 구독 서비스 및 MaaS 모델 도입도 필수적이다. 지금이야말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새로운 시장 환경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