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3, 유럽서 모델 Y 앞질러
현대기아, 전기차 시장서 6·9위
테슬라, 사상 첫 ‘톱10’ 탈락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 완성차 업체들이 전례 없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올해부터 자동차 탄소 배출 규제를 본격 시행하면서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판매량을 급격히 늘리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기아의 EV3는 테슬라의 모델 Y를 제치고 유럽 시장에서 깜짝 돌풍을 일으켰다.
EV3의 돌풍… 테슬라 모델 Y도 추월
자토다이내믹스가 2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 28개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14만 42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이 중 기아는 9101대를 판매해 1년 전보다 55% 성장하며 전기차 브랜드 순위 6위에 올랐다.
현대차는 같은 기간 20% 늘어난 7346대를 팔아 9위에 랭크됐다. 이는 지난 3월(기아 8위·현대차 11위) 대비 각각 두 계단씩 상승한 수치다.
기아가 출시한 소형 전기 SUV EV3는 단일 모델 기준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유럽 시장에서 지난달 5680대가 팔려 테슬라 모델 Y(4495대)를 넘어섰다.
EV3는 유럽 신차 안전도 평가 프로그램인 ‘유로 NCAP’ 테스트에서도 최고 등급인 5스타를 획득했다. 이는 제품 경쟁력과 안전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결과로 해석된다.

기아와 현대차는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차 판매 확대도 모색하고 있다.
4월 유럽 시장에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판매량은 7만 4520대로 1년 전보다 31% 늘었고, 전체 신차 등록 대비 전기차(17%)와 PHEV(9.1%)의 비중은 26.1%에 달했다.
유럽 전기차 시장, ‘캐즘’ 넘어 새 판 짜인다
자토다이내믹스가 25일 발표한 1분기 자료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6만 5679대를 판매하며 테슬라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스코다(93%), 르노(89%), 기아(59%), 아우디(51%), 현대차(28%), BMW(21%) 등 주요 브랜드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유럽연합이 올해부터 도입한 탄소 배출 규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2025~2027년 생산되는 신차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1년 대비 15% 낮춘 ㎞당 93.6g으로 정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g당 95유로(한화 약 15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 규제를 본격화한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 캐즘을 벗어나는 조짐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반면, 테슬라는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유럽에서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하며 ‘톱10’ 진입에도 실패했다.
자토다이내믹스의 펠리페 뮤노스 애널리스트는 “2014년부터 유럽 전기차 시장을 선도한 테슬라가 2022년에 진입한 BYD에 판매량에서 밀렸다”며 “유럽 전기차 시장의 분수령”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판매 부진 배경으로 “노후화된 모델 라인업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정치적 행보”를 언급했다.
중국 전기차도 급성장… BYD, 테슬라 앞서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도 유럽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BYD는 지난달 7231대를 판매해 테슬라(7165대)를 제쳤다. 이는 지난해 3월(테슬라 2만 7828대·BYD 8458대)과 비교해 극적인 역전이다. BYD의 SUV ‘SEAL U’는 지난달 유럽 PHEV 판매 1위(6083대)에 올랐다.

EU는 지난해 11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최고 45.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BYD의 소형 SUV ‘시걸’은 관세 포함 가격이 2만 2990유로(약 3580만 원)로 경쟁 모델 중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PHEV 라인업 확대와 함께 헝가리·튀르키예 등에 현지 공장 설립도 추진 중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빠르게 재편되는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으며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테슬라의 퇴조와 중국 브랜드의 부상 속에서, 한국 전기차의 존재감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