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1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연초부터 찬바람을 맞았다. 전 세계 전기차 등록 대수는 121만 8000대로 전년 동월 대비 2.1% 감소하며, 2017년 이후 연평균 34.9% 고성장세를 이어오던 시장이 처음으로 주춤거렸다. BYD는 30.1% 급락했고, 테슬라도 13.5% 뒷걸음질쳤다. 중국과 북미 시장이 각각 16.4%, 30.2% 위축되며 ‘양대 축’이 흔들린 것이 직격탄이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현대차그룹은 5% 증가한 3만 9000대를 기록하며 역주행에 성공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북미에서 38.1% 감소했지만, 유럽에서 7.3%, 아시아(중국 제외)에서 무려 234.4% 증가하며 ‘시장 다변화’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1위 BYD가 16만 2000대로 쪼그라들고, 4위 테슬라가 중국에서만 45.2% 폭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주요 업체 판매 급감, 중국·북미 시장 ‘한파’
1월 전기차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별 온도차’였다. 중국은 64만 6000대로 16.4% 감소했다. 전기차 보급률이 30%를 넘어서며 초기 고성장 국면이 끝나고 성숙 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계절적 비수기와 재고 조정, 현지 브랜드 간 가격 전쟁이 겹쳤다. BYD와 지리그룹(13만 7000대, -11.6%)은 내수 침체를 정면으로 맞았다.
북미는 더 심각했다. 8만 6000대로 30.2% 급락하며 시장이 얼어붙었다. 2025년 연방 전기차 세액공제가 종료되면서 가격 부담이 확대된 탓이다. 다만 테슬라는 스탠다드 트림 도입과 가격 조정으로 북미에서 2.9% 증가하며 방어에 나섰다.
유럽만 19% 성장, 정책 지속성이 ‘열쇠’
반면 유럽은 30만 7000대로 19.5% 증가하며 홀로 선전했다. 보조금 축소 논의가 있었지만, 탄소배출 규제 체계와 제조사 평균 배출량 관리 정책이 유지되면서 구조적 전동화가 계속된 덕분이다. 폭스바겐은 7만 1000대로 3.1% 증가하며 3위를 차지했고, 테슬라도 유럽에서 3.6% 성장했다.
아시아(중국 제외) 시장도 96.5% 급증한 13만 8000대를 기록했다. SNE리서치는 “보조금 중심 정책에서 현지 생산 및 공급망 연계형 인센티브로 정책 방향이 전환되고 있다”며 “현지 공장을 가진 업체들이 유리해졌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아시아에서 234.4%라는 폭발적 성장을 기록한 배경이다.
현대차 ‘지역 다변화’ 전략, 234% 고성장 견인
현대차그룹의 성과는 ‘지역 포트폴리오 분산’에서 나왔다. 북미 감소분을 유럽과 아시아에서 상쇄하며 전체적으로 5% 성장을 지켰다. 특히 아시아 234.4% 증가는 인도네시아,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현지 생산 기반을 활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현대모비스는 2025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EREV(증정형 전기차) 전략을 추진하며 2026년 말 양산을 목표로 설정했다.
현대차는 렌터카 사업 진출도 병행했다. 전기차 중심의 렌트 및 구독 서비스로 구매 문턱을 낮춰 정체된 수요를 전환하려는 전략이다. 업계는 “중간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외연 확장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SNE리서치는 “향후 경쟁의 핵심은 정책 변화 대응력, 현지 생산, 가격 경쟁력, 파워트레인 믹스 전략”이라며 “현대차처럼 지역별 리스크를 분산한 업체가 유리하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정책 주도 고성장 국면을 벗어나 시장 주도 경쟁 체제로 전환 중이다. 중국과 북미의 동반 침체 속에서도 유럽과 아시아의 구조적 성장이 지속되며, 지역별 ‘온도차’가 뚜렷해졌다. 현대차그룹의 5% 성장은 이러한 변화에 선제 대응한 결과다. 단일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파워트레인을 다각화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