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터졌다 “신호 위반에 역주행까지”.. 자율주행 시스템 안정성 논란에 차주들 ‘초긴장’

290만 대 자율주행차 대상 조사
교차로 신호 무시·역주행 사례 다수
테슬라, 조사 착수 후에도 침묵

미국 내 주요 교차로에서 적신호를 무시하거나 반대 차로로 진입하는 자율주행차가 목격됐다는 보고가 쏟아지자,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에 대한 대규모 조사가 공식 착수됐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반복적인 오작동 사례와 관련해 290만 대에 가까운 테슬라 차량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이미 수십 건의 사고와 부상으로 이어진 만큼, 자율주행 기술의 안정성과 책임 문제에 대한 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완전자율주행’ 이름값 못 해… 반복되는 오작동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산하 결함조사국(ODI)은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 ‘FSD(Full Self-Driving)’가 탑재된 288만여 대 차량을 대상으로 결함 조사를 시작했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 역주행 등 교통 법규 위반과 관련해 접수된 수십 건의 민원에 따른 것이다.

조사 대상 차량은 ‘FSD(Supervised)’와 ‘FSD(Beta)’ 버전이 탑재된 총 288만 2566대에 달한다.

ODI는 현재까지 FSD 관련 58건의 사고 사례를 확인했다. 이 가운데 14건은 충돌이나 화재로 이어졌고, 2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FSD는 SAE 기준 레벨 2에 해당하는 시스템으로, 운전자의 상시 개입이 전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상황에서는 시스템이 예상치 못한 주행 결정을 경고 없이 실행해 운전자가 개입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ODI는 “FSD의 예측 불가능한 동작이 운전자 감시를 무력화하는지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지역으로는 메릴랜드주의 특정 교차로가 언급됐다. 이 지점에선 적신호 위반 후 교차로에 진입하거나, 직진 차로에서 갑작스럽게 회전하는 등 시스템의 도로 표시 인식 오류가 연속적으로 보고되면서, 주 교통당국과 경찰이 공동 대응에 나섰다.

NHTSA “예비 평가 단계, 리콜 가능성도 배제 못 해”

NHTSA는 이번 조사를 ‘예비 평가(Preliminary Evaluation)’ 단계로 분류했다. 이는 리콜 명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초기 단계로, 통상 수개월 이내에 결론이 내려진다. 다만 연방 정부의 예산 집행 지연 등 행정 공백이 조사 일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됐다.

적신호 위반은 이번 조사에서 가장 심각하게 다뤄지고 있는 항목 중 하나다. ODI는 최소 18건의 민원과 1건의 언론 보도를 통해, 테슬라 차량이 적신호 앞에서 완전히 정지하지 않거나 정지 후 다시 교차로에 진입한 사례를 파악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문제는 차량이 반대 차선으로 진입하는 오작동이다. ODI는 18건의 민원, 2건의 언론 보도, 2건의 사고 보고서를 통해, 차량이 회전 중 혹은 회전 직후 반대 차선으로 진입하거나 직진 중 이중 황색선을 넘어서는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시스템 오작동 사례는 테슬라가 최신 버전의 FSD를 출시한 직후에 집중적으로 보고되기 시작했다. 일부 운전자는 “FSD가 경고 없이 차선을 변경해 역주행 상황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운전자가 개입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NHTSA는 이번 조사에서 FSD가 교통 신호, 도로 표지판, 역주행 경고 표지 등 시각 정보를 얼마나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따라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할 방침이다.

또한, 최근 철도 건널목에서 발생한 충돌 사고 이후, 이러한 복합적인 교통 환경에서의 대응 능력 역시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

테슬라, 사고 반복에도 공식 입장 없어

조사가 본격화됐음에도 불구하고 테슬라 측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테슬라는 문제의 교차로에 대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으나, 유사한 문제가 미국 전역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번 조사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한 첫 번째 조사는 아니다. NHTSA는 2024년 10월, 저시야 조건에서의 충돌 사고를 계기로 FSD에 대한 별도 조사를 개시한 바 있다.

또한, 같은 해 4월에는 테슬라의 또 다른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오토파일럿’과 관련된 13건의 사망 사고에 대한 조사도 마무리됐다.

현재로서는 테슬라가 후속 조치로 어떤 대응을 할지, 리콜이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의 조치가 따를지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 다만, NHTSA의 이번 조사는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 여부를 가릴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