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성장하는 시장에서 점유율 하락
중국 업체에 밀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되레 줄어들었다. 중국 업체들이 공급 과잉을 수출로 돌파하며 해외 시장을 공격적으로 파고들고,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이들과의 협력을 확대하면서 K-배터리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58.3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기보다 27.3%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38.6%로, 전년 동기보다 6.2%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수요 증가 속에서도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3사의 엇갈린 성적표
글로벌 배터리 시장 1위는 중국의 CATL이었다. CATL은 1~2월에 16.8GWh를 공급해 전년보다 36.6% 증가했고, 점유율도 1.9%포인트 늘어난 28.8%를 기록하며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켰다.
폭스바겐, BMW, 현대자동차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CATL의 배터리를 채택한 데다, 중국 내 공급 과잉을 브라질·태국·이스라엘·호주 등으로 수출해 해소하는 전략이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성장세를 보였지만, 성적표는 엇갈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사용량이 12.2GWh로 전년 동기 대비 14.0% 증가했지만, 점유율은 2.5%포인트 하락한 20.9%로 집계됐다. 여전히 2위를 유지했지만 경쟁 심화 속 점유율 하락은 부담이다.
SK온은 6.1GWh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38.6% 늘었고, 점유율도 10.5%로 0.9%포인트 상승했다. 순위는 5위에서 3위로 두 계단 올랐다. 양적인 성장과 함께 점유율도 상승하며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삼성SDI는 유럽과 북미 시장의 주요 고객사 수요 감소로 4.2GWh를 기록, 전년 대비 22.2% 감소했다. 점유율도 11.8%에서 7.2%로 크게 줄며 순위는 3위에서 5위로 하락했다. 10위권 내 업체 중 유일한 역성장이었다.

일본과 중국의 추격…K-배터리, 신흥 시장 대응 시급
일본 파나소닉은 5.1GWh를 유지해 전년 대비 배터리 사용량은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점유율은 8.7%로 2.4%포인트 하락했으며 4위를 지켰다.
한편 중국의 BYD는 3.5GWh로 66.7% 증가했고, 테슬라도 1.7GWh를 기록하며 750%라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중형 제조사인 CALB 역시 1.1GWh로 83.3% 증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시아 신흥 시장에서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동남아 전략형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인도의 타타자동차가 새로운 전기 SUV를 선보이는 등 수요 지형이 다변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배터리 기업들도 공급망 안정화와 지역 맞춤형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SNE리서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지역별 정책 변화와 다양한 신차 출시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변화하는 수요에 대응해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분석했다.
성장 속 위기…K-배터리의 다음 한 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여전히 성장 중이지만, 경쟁 구도는 급변하고 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와 전략적 수출 확대가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시장의 성장이 곧 한국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 배터리 3사는 기술력과 글로벌 생산망을 바탕으로 점유율 회복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단순한 생산량 확대보다는 주요 시장 맞춤형 전략, 수요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한 공급망 확보, 그리고 고객사와의 장기적인 협력 관계 강화가 절실하다.
지금의 하락세가 일시적 위기인지, 구조적 한계의 신호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