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명 전원 일치
기아 PBV ‘PV5’
아시아 최초 ‘세계의 밴’ 선정

기아의 중형 전기 목적기반차(PBV) ‘PV5’가 유럽 상용차 전문기자단이 선정한 ‘2026 세계 올해의 밴(IVOTY)’으로 뽑혔다.
1992년 제정 이후 아시아 브랜드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26명 심사위원 전원 일치로 수상이 결정돼, 유럽 중심의 상용차 시장에서 한국 전기차 기술의 저력을 입증했다.
이번 수상으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 초부터 강조해온 PBV 전략은 첫 번째 결실을 맺게 됐다.
세계 상용차 심장부, 기아에 첫 트로피를 내주다
‘세계 올해의 밴(International Van of the Year, IVOTY)’은 유럽 12개국 이상에서 판매가 시작된 경상용차 중 기술·효율·안전성 등 항목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모델에 수여된다.
2026년 수상 차량으로는 기아 PV5가 선정됐다. 수상은 지난 19일(현지시각)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세계 상용차 박람회 ‘솔루트랜스(Solutrans)’ 현장에서 발표됐다.

이 상은 유럽 각국의 상용차 전문 기자단으로 구성된 비영리 단체 IVOTY가 주관하며 전 세계 상용차 제조사들이 가장 주목하는 권위 있는 상이다.
기아는 이 자리에서 미국 포드의 ‘E-트랜짓’, 독일 폭스바겐의 ‘크래프터’, 중국 지리그룹의 ‘파라이즌 SV’ 등 쟁쟁한 경쟁 모델들을 제쳤다.
심사에 참여한 26명의 유럽 전문 기자 전원이 PV5를 지지하며 만장일치로 수상이 결정됐는데, 이는 IVOTY 제정 이후 매우 드문 사례다.
잘라스 스위니 IVOTY 위원장은 “PV5는 탁월한 성능과 효율적인 전기 플랫폼, 사용자 중심의 설계로 심사위원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수상은 전기 상용차 시장에서 PV5가 실용적 혁신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정의선 회장이 그린 청사진, 현실이 되다
정의선 회장은 2020년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미래 모빌리티 핵심 축으로 PBV 전략을 강조해왔다.
그는 고령화와 도시화 등 사회 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미래형 이동수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특히 전자상거래 확대에 따라 물류 수요에 특화된 전기 경상용차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기아 PV5는 이러한 전략의 첫 결실로, PBV 전용 전동화 플랫폼인 ‘E-GMP.S’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 플랫폼은 평평한 바닥 구조와 여유 있는 화물 공간, 다양한 어퍼 바디를 결합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가 특징이다.

기아는 지난 6월 국내 시장에 PV5의 ‘패신저(여객)’와 ‘카고(화물)’ 롱 모델을 출시했으며 2026년까지 다양한 차급으로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아 관계자는 “이번 수상은 봉고에서 이어진 기아의 실용성과 카니발에서 입증된 공간 활용성과 기능성이 PV5에 집약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유럽 중심 질서 흔든 전기 상용차…기아, 전동화 4년 연속 수상
기아는 최근 4년간 세계 전동화 시장에서 연이어 수상 실적을 기록하며 글로벌 전기차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다.

2023년 뉴욕모터쇼에서는 고성능 전기차 EV6 GT가 ‘세계 올해의 고성능 자동차’로 선정됐고, 2024년에는 대형 전기 SUV EV9이 ‘세계 올해의 자동차’와 ‘세계 올해의 전기차’ 상을 수상했다.
이어 올해 4월에는 EV3가 ‘세계 올해의 자동차’로 뽑혔다. 이번 PV5의 수상으로 기아는 4년 연속 글로벌 전기차 시상식에서 주요 트로피를 가져왔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20일 발표에서 “오랜 시간 전기차 혁신을 위해 노력해왔고, PV5는 그 의지가 상용차 부문까지 확장된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PV5는 ‘컨베이어·셀’ 결합 생산 시스템이라는 제조 혁신을 통해 생산 유연성까지 확보한 모델”이라며 “기아가 글로벌 경상용차 시장의 기준을 재정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생산기지 확대, ‘PV7’까지 라인업 확장 예정
기아는 PBV 생산 생태계를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 14일에는 경기도 화성에 PV5를 연간 10만대까지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완공했다. 이 공장은 향후 PV 시리즈 전체 생산을 담당할 중심 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기아는 지난 11일 준공된 화성 이보(EVO) 플랜트 웨스트를 통해 2027년부터는 PV5보다 큰 대형 PBV인 ‘PV7’을 연 15만대 규모로 양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크기의 PBV 라인업을 구축하고,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PBV는 모듈형 플랫폼을 활용해 사용자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제작할 수 있어 활용성이 큰 차량”이라며 “전동화 전환 속도와 맞물려 향후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아는 2030년까지 생산할 글로벌 전기차 451만대 중 263만대를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는 단순 수출형 공장이 아니라, 국내를 전기차 생산의 중심지로 삼겠다는 기조를 반영한 것이다.

PV5가 전동화 시대의 새로운 전환점을 찍은 지금, 기아의 다음 PBV 라인업이 어디까지 진화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