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하이브리드 전략 ‘정조준’
美 시장서 전기차 집중한 빅3 추월
현대차·기아, 실적·점유율 모두 신기록

한때 미국 자동차 시장을 장악했던 ‘빅3’의 자리를, 하이브리드카와 SUV를 앞세운 현대차·기아가 빠르게 위협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 정체를 겪는 사이, 전략적 유연성을 앞세운 한국 완성차 기업들은 미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며 사상 최고 점유율과 최대 판매 실적을 동시에 달성했다.
하이브리드카·SUV 집중 전략, 점유율 최고 기록으로 이어져
현대차·기아는 하이브리드카와 중대형 SUV에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11월 30일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두 회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7.5%에서 2025년 1~10월 기준 10.9%로 3.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조사 대상 27개 글로벌 완성차 그룹 중 가장 큰 폭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투싼, 싼타페, 팰리세이드 등 기존 인기 SUV 모델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적용해 미국 소비자 수요를 정확히 공략했다.
하이브리드카는 내연기관차보다 약 10% 비싸지만 연료 효율이 높아, 유류비 부담을 줄이려는 소비자들에게 각광받았다.
실제로 미국 내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은 2020년 45만 7000대에서 2024년 172만 9000대로 약 네 배 증가했다. 올해 10월 기준으로는 전체 신차 중 하이브리드카 비중이 13.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수요 흐름 속에서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하이브리드카 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상승했다. 2020년 5%였던 점유율은 2025년 들어 14%로 올라섰다. 참고로 올해 1~10월 판매량은 25만 7340대로 지난해 연간 판매량인 22만 2486대를 이미 뛰어 넘었다.
내연기관차보다 수익성이 높은 하이브리드카 덕분에 현대차·기아는 지난 4월부터 시행된 미국의 관세 인상에도 가격을 동결하며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미국 소비자 취향 정조준한 SUV 라인업 확대
SUV 판매 비중이 높은 것도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성장 배경 중 하나다.
두 회사는 중형 SUV인 투싼, 싼타페, 쏘렌토부터 대형 모델인 팰리세이드, 텔루라이드까지 다양한 SUV 라인업을 구축하며 시장을 공략했다. 그 결과, 중대형 SUV 시장 점유율은 2019년 5.8%에서 올해 15.2%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2024년 기준 현대차·기아의 미국 전체 판매 차량 중 레저용 차량(RV) 비중은 70%에 달했다.
반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빅3’ 완성차업체들은 신차 개발 지연과 전기차 수요 정체, 그리고 하이브리드카 라인업 부족으로 시장 점유율을 지키지 못했다.
스텔란티스는 2019년 대비 점유율이 5.22%포인트 하락한 7.5%로 떨어졌고, 포드는 0.9%포인트 감소했다. GM은 0.7%포인트 소폭 상승했지만 정체된 수준이다.
일본 및 유럽계 업체들인 혼다(-0.4%포인트), 닛산(-2.1%포인트), 폭스바겐(+0.1%포인트)도 고전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美 시장서 역대 최고 실적 달성
실적 면에서도 현대차와 기아는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3일 현대차 미국법인은 11월 판매량이 7만 4289대로 전년 동기 대비 2% 줄었지만, 1~11월 누적 판매량은 82만 2756대로 전년 대비 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현대차는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특히 하이브리드 차량의 11월 판매는 전년 대비 42% 급증하며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SUV 모델 중에서는 투싼이 2만 3762대 판매되며 전년 대비 18% 성장했고, 싼타페(1만 4004대, 13%↑)와 팰리세이드(9906대)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면 전기차 판매는 감소세를 보였다. 아이오닉 5는 59% 줄어든 2027대, 아이오닉 6는 56% 감소한 489대로 전기차 라인업은 조정기를 겪고 있다.

기아 역시 미국 시장에서 11월에만 7만 2002대를 판매하며 브랜드 사상 최대 11월 실적을 달성했다. 1~11월 누적 판매량은 77만 7152대로, 전년 대비 7% 증가하며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량을 넘어섰다.
차종별로는 카니발이 7362대 판매돼 전년 대비 49% 증가했고 스포티지(1만 5795대, 12%↑), 셀토스(6286대, 23%↑) 등도 각각 11월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텔루라이드(1만 54대)와 K5(6430대)도 꾸준한 수요를 기록했다.
기아는 파워트레인 유형별로 세단(+14%), SUV(+6%), 전기차(+25%) 모두에서 연간 누적 기준 성장세를 보였다. EV6와 EV9의 연간 누적 판매량은 각각 1만 2188대, 1만 4032대로 나타났다.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수요 변화에 대응
현대차·기아는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모두 포함한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시장에 제공하며 변화하는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이 미국 소비자의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호세 무뇨스는 “하이브리드·전기차·내연기관을 모두 갖춘 전략적 유연성이 미국 시장에서 분명한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에릭 왓슨 기아 미국판매 부사장도 “다양한 파워트레인 준비가 3년 연속 판매 신기록 달성을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카와 SUV 중심의 정확한 시장 대응 전략으로 현대차·기아는 미국 완성차 시장에서 점유율과 실적 모두에서 신기록을 경신하며, 전통적인 ‘빅3’의 지위를 흔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