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도요타라고?”…’롤스로이스’ 잡겠다는 럭셔리SUV의 정체

도요타의 ‘센추리’, 브랜드 독립 선언
초럭셔리 라인 강화하며 세계 시장 겨냥
렉서스·GR 등 전체 브랜드 전략도 재정비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내수 최고급 차종인 ‘센추리(Century)’를 별도 브랜드로 독립시키며 세계 초럭셔리 시장을 정조준했다.

10월 29일, 도쿄에서 개막한 ‘재팬 모빌리티쇼 2025’ 무대에서 토요타는 ‘센추리’의 브랜드 출범을 공식 발표하고 콘셉트카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번 조치는 렉서스를 넘어서는 최고급 브랜드를 통해 ‘재팬 프라이드’를 글로벌 시장에 각인시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톱 오브 톱’ 선언… 센추리, 도요타그룹 내 독립 브랜드로 격상

도요타, 렉서스에 이어 ‘센추리’가 그룹 내 세 번째 핵심 브랜드로 승격됐다.

29일 열린 ‘재팬 모빌리티쇼 2025’ 개막 무대에 오른 토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은 센추리 브랜드가 “톱 오브 톱, 원 오브 원(Top of Top, One of One)”이라는 슬로건 아래 전 세계 초고급차 시장에 도전장을 낸다고 밝혔다.

센추리는 1967년, 도요타 창업자 사키치 토요다의 탄생 100주년과 메이지 유신 100주년을 기념해 출시된 차량이다.

도요타 최초의 주임 엔지니어 나카무라 켄야가 개발을 주도했으며 현재까지 3세대 모델이 출시됐다. 전량 수작업으로 생산, 일본 왕실과 정·재계 고위 인사들의 차량으로 사용되어 왔다. 가격은 2700만 엔(한화 약 2억 5170만 원)부터 시작된다.

이번 발표에서 도요타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세단 중심의 기존 모델과 달리, 이날 공개된 콘셉트카는 오렌지색 외장에 쿠페형 SUV 형태로 설계됐다.

특히 낮은 지붕과 곡선형 루프라인을 통해 기존 센추리 SUV와는 다른 스포티한 인상을 강조했다. 내부 구성도 고급화에 초점을 맞춰, 2열 좌석 전체를 단 한 명의 승객만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하고 승하차가 편리한 양방향 개폐 방식의 문을 적용했다.

렉서스, ‘공간’ 재정의

센추리의 독립은 도요타그룹 내 브랜드 전략의 재편으로도 이어졌다. 기존 고급 라인을 담당하던 렉서스는 보다 자유로운 제품 기획이 가능해졌으며 이에 따라 새로운 방향성이 제시됐다.

도요타그룹 최고브랜드책임자(CBO) 사이먼 험프리스는 같은 날 렉서스 부스에서, 고급 세단 LS 시리즈를 ‘렉서스 스페이스(Lexus Space)’로 재해석하겠다고 밝혔다. 실내 공간에 주목한 새로운 모델 구성이 그 방향성을 반영한다.

렉서스는 이번 행사에서 6륜 구조의 ‘LS 콘셉트’ 미니밴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3열 시트 구성에 기존보다 넓은 슬라이딩 도어를 적용해 후석 탑승자의 편의성을 높였으며 회전형 2열 좌석을 통해 3열 승객과 마주보며 대화할 수 있는 환경도 제공한다.

이와 함께 렉서스는 핸들과 페달이 없는 1인승 자율주행 모빌리티도 공개했다. 이 모델은 운전자 대신 탑승자 중심의 내부 공간 설계에 초점을 맞췄다. 더불어, 전기 항공택시(eVTOL) 스타트업과 공동 개발한 수직이착륙기 ‘자비(Joby)’도 렉서스 부스에 전시되어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센추리 브랜드 독립 선언은 도요타의 브랜드 전략 전반을 새롭게 재정립하는 신호탄이 됐다.

그룹의 핵심 브랜드 구조는 도요타-렉서스-센추리로 3단계 체계를 갖추게 됐고, 여기에 고성능 라인의 ‘GR’과 경차 브랜드 ‘다이하츠’를 포함하면 총 5개 브랜드 체제가 완성된다.

센추리의 독립은 단순한 고급차 전략을 넘어, 일본 제조업의 정체성을 전 세계 시장에 전달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