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경상환자가 사고 후 8주를 넘겨 치료받으려면 앞으로는 전문 의료인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8월 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며, 오는 9월 10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른바 ‘8주 룰’로 불리는 이 제도는, 환자 수는 줄었는데 치료비만 가파르게 오르는 자동차보험의 구조적 모순을 바로잡기 위해 도입됐다.
환자는 줄었는데 치료비는 급증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교통사고 경상환자 수는 2019년 155만 4천 명에서 2024년 148만 8천 명으로 5년간 연평균 0.9% 감소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경상환자 치료비는 1조 원에서 1조 4,100억 원으로 연평균 7.0% 급증했다.
환자는 줄었지만 1인당 평균 치료비가 가파르게 오른 셈이다. 업계는 이 구조의 핵심 원인으로 염좌·타박상 환자의 장기 입원 관행, 이른바 ‘나이롱 환자’ 문제를 지목해왔다. 실제로 2025년 자동차보험 부문은 적자로 전환됐으며, 업계는 8주 룰을 손익 구조 정상화의 첫 시험대로 평가한다.
‘8주 룰’ 핵심 구조…치료 금지가 아닌 ‘심사 후 허가’
이번 제도의 적용 대상은 상해등급 12~14급에 해당하는 염좌·타박상 경상환자다. 골절 등 중상자는 해당하지 않으며, 임산부와 만 7세 이하 영유아는 심사 없이 계속 치료받을 수 있다.
8주 이내 치료는 기존과 동일하게 진행된다. 8주를 넘겨 치료를 이어가려면, 환자가 진단서·진료기록·검사결과를 제출해 보험사가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자배원)에 심사를 요청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자배원은 종합병원 10년 이상 경력의 의과·한의과 전문의 약 200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을 통해 치료 필요성을 검토하며, 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정부위원회에 재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8주가 치료의 절대 상한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의학적 필요성이 인정되면 8주를 넘어도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다. 심사에 필요한 서류 발급 비용과 심사 완료 전까지의 치료비는 보험사와 공제조합이 부담한다.
보험료 인하 기대와 의료계 반발…제도 안착이 관건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2022~2024년 경상환자의 약 90%는 8주 이내에 치료를 종결했다. 즉, 이번 심사 대상은 전체 경상환자의 약 10%에 해당하는 장기치료군이다. 이들에 대한 의료심사가 본격화되면 지급보험금 감소 → 손해율 개선 → 자동차보험료 인상 압력 완화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환자별 회복 속도와 동반질환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8주를 기준선으로 삼는 것은 의료자율성을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장기치료가 실제로 필요한 환자가 서류 부담과 심사 지연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시행 이후 분기마다 심사 결과를 분석해 대상과 기준을 보완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