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가 한국 시장에서 조용히 판도를 바꾸고 있다. BYD코리아는 2026년 상반기에만 1만1675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807.9% 성장했다. 테슬라·BMW·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수입차 브랜드 판매 4위라는 성적표다.
불과 1년 전까지 ‘저가 이미지’에 머물던 중국 전기차가 이제는 프리미엄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커에 이어 샤오펑까지 한국 진출 준비에 나서면서 ‘중국 전기차 공습 2막’이 본격화되고 있다.
BYD, 6개월 만에 작년 전체 판매량 두 배 돌파
BYD의 2025년 연간 판매량은 6107대였다. 그런데 2026년 상반기에만 1만1675대를 팔아치웠다. 6개월 만에 전년 연간 판매량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상반기 베스트셀러는 중형 전기 SUV ‘씨라이언7’로 4477대가 팔렸다. BYD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 ‘씨라이언6 DM-i’를 추가 투입했다. 전기차 보조금 축소에 대응해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장점을 결합한 PHEV로 선택지를 넓히는 전략이다.
2026년 상반기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약 18만4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만6000대 늘었는데, 이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테슬라와 BYD 두 브랜드가 견인했다.
지커 7X·샤오펑…2막의 주역들
지커는 중형 전기 SUV ‘7X’로 프리미엄 세그먼트를 겨냥했다. 2026년 6월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약 한 달 만에 예약 1000대를 돌파했다. 가격은 5299만원부터 시작하며, 800V 초급속 충전 시스템과 최신 ADAS를 탑재했다.
특히 1회 충전 주행거리 483km를 확보한 맥스 트림이 예약 고객 다수의 선택을 받았다. 5000만원대 중반 가격에 이 수준의 스펙을 갖춘 모델이 등장하면서, 동급 독일·한국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에 직접적인 압박이 가해지는 형국이다.
샤오펑은 한국법인 컨트리 매니저 채용에 착수하며 공식 진출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채용 포지션은 판매망·서비스 체계·제품·가격 전략을 총괄하는 핵심 직책이다. 구체적인 출시 차종과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샤오펑이 내세우는 자체 개발 AI 반도체·자율주행 소프트웨어·스마트 콕핏은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직접 겨냥한다.

‘저가’를 넘어선 기술 경쟁…유럽은 이미 뚫렸다
중국 전기차의 진화는 가격을 넘어 제조 방식 자체를 바꾸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리그룹이 공개한 ’16 in 1 지능형 전기구동 시스템’은 모터·인버터·감속기·충전장치·에너지 관리 소프트웨어를 하나로 통합했다. 기존 구동계보다 부품 수를 180개 이상 줄이고 무게를 약 20kg 낮췄다. 같은 배터리 용량으로 더 긴 주행거리를 뽑아내는 통합 설계가 새로운 경쟁 축으로 부상한 것이다.
유럽은 이미 변화의 현장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2026년 5월 기준 유럽 31개국에서 중국계 자동차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12.0%로, 일본 업체 11.3%를 처음 앞질렀다. EU의 추가 관세에도 BYD·체리·지리를 중심으로 판매가 늘고 있다는 사실은 관세만으로는 기술·가격 경쟁력을 막기 어렵다는 점을 방증한다.
다만 한국 시장의 성패는 가격과 스펙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전국 서비스 네트워크, 부품 공급 안정성, 충돌 안전성 검증, 중고차 가격 방어력까지 뒷받침돼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 BYD의 폭발적 성장이 실질적인 브랜드 신뢰로 이어지는지, 지커와 샤오펑이 사후 서비스까지 완성도 있게 구축할 수 있는지가 ‘2막’의 진짜 시험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