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전쟁발 물가 불안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고등어·닭고기·계란 등 서민 밥상과 직결된 품목을 전방위로 손봤다. 단순한 가격 보조에 그치지 않고, 매점매석 단속 강화를 위한 법 개정까지 밀어붙이는 ‘이중 전략’을 가동한 것이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동전쟁 물가대응팀 겸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농축수산물과 석유제품을 포괄하는 종합 물가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비축 방출부터 할인 지원까지…다층적 수급 대책
이번 대책의 핵심은 공급 확대와 가격 보조를 동시에 구사하는 방식이다. 고등어·오징어·갈치·명태 등 대중 어종 4종에 대해 이달 중 8,000톤의 정부 비축 물량을 방출하고, 농축수산물 등 민생 직결 품목에는 5~6월 중 총 220억 원 규모의 할인 지원을 추진한다.
축산물 대책도 병행된다. 닭고기 3만 톤에는 7월 말까지, 돼지고기 1만2,000톤에는 연말까지 긴급 할당관세가 각각 적용될 예정이다.
긴급 할당관세는 지정 물량 범위 내 수입분에 한해 관세율을 대폭 낮추는 제도로,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도 일부 품목에 0% 세율을 적용한 전례가 있다. 비FTA 기준 일반 관세율이 닭고기 대략 20~30%, 돼지고기 대략 22.5~25% 수준임을 감안하면, 세율 인하분이 수입 단가와 소비자 가격에 직접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계란의 경우, 기존에 이미 태국산과 미국산 신선란 각 224만 개씩 수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미국산 또는 태국산 신선란 추가 도입도 검토 중이다. 과거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당시에도 정부가 계란 수입 확대를 통해 단기 가격 급등세를 완화한 전례가 있어, 과거 대응 패턴상 유사한 조치의 재가동으로 해석될 수 있다.
‘착한 주유소’에 물가안정법까지…규제 수위 높인다
석유제품에 대해서는 기존 최고가격제를 유지하는 한편, 시민단체 주도의 ‘착한 주유소’ 지정 확대를 통해 주유소 판매가격 인하를 유도할 방침이다.
물가안정법 개정도 속도를 낸다. 정부는 매점매석 등 불공정 행위에 대응해 몰수제도 실효성 확보 방안, 신고포상금 신설, 부당이득 과징금 신설을 패키지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 차관은 “민생물가 안정을 위해 매점매석 등 불공정 행위는 반드시 근절돼야 하고, 실효성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기 효과 기대…구조적 한계는 여전히 쟁점
과거 연구 패턴상 이번 대책이 5~6월 장바구니 물가의 단기 충격을 완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산물 대량 방출과 닭·돼지고기 할당관세 조합은 공급량을 늘려 특정 품목의 가격 급등세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시적 품목 대책이 거시적 인플레이션 흐름 자체를 바꾸기 어렵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KDI 등 연구기관은 근본적인 물가 안정은 통화정책·환율·국제 원자재 가격과 연동되어 있어, 개별 품목 보조만으로는 구조적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경고해 왔다. 특히 수입 확대와 할당관세 인하가 반복될 경우, 국내 양계·양돈·어가의 가격 경쟁력 약화와 생산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