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페인 커피를 마셔도 카페인이 걱정됐다면, 이유가 있었다. 기존 기준이 ‘카페인 제거 비율’에만 의존해 실제 잔류량은 제품마다 들쑥날쑥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6년 5월 12일 ‘식품 등의 표시기준’을 개정·고시했다. 커피 원두(고형분 기준)의 잔류 카페인 함량이 0.1% 이하인 경우에만 ‘탈카페인(디카페인)’ 표시를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행일은 2028년 1월 1일이다.
왜 바뀌었나…’90% 제거’ 기준의 허점
그동안 국내에서는 카페인을 90% 이상 제거한 커피 제품에 ‘디카페인’ 표시가 가능했다. 문제는 이 기준이 ‘비율’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원두 자체의 카페인 함량이 높을 경우, 90%를 제거해도 잔류량이 0.1%를 넘을 수 있다. 예컨대 카페인 함량이 1.5%인 원두는 90% 제거 후에도 0.15%가 남는다. 소비자가 기대하는 ‘카페인이 거의 없는 커피’와 실제 제품 사이에 간극이 생긴 배경이다.
국제 기준과 발맞추다…미국·EU와 동일 수준으로
이번 개정은 미국 FDA와 유럽연합(EU) 기준에 발맞춘 조치다. 두 지역 모두 커피 원두의 잔류 카페인을 0.1%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이 ‘제거 비율’ 기준을 유지해온 것은 사실상 글로벌 표준에서 뒤처진 상태였다.
새 기준 아래에서는 ‘탈카페인(디카페인)’ 또는 ‘탈카페인(디카페인) 원두 사용’ 문구를 기준 충족 제품에만 표시할 수 있다. 카페인에 민감한 임산부, 고혈압 환자, 수면 장애를 겪는 시니어 소비자에게 특히 실질적인 보호막이 될 전망이다.
주류 위장 상품도 막는다…’술’ 표시 20포인트 이상 의무화
이번 개정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조치가 포함됐다. 일반식품처럼 보이는 주류 제품에 ‘술’ 또는 ‘주류’ 문구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최근 식음료 업계의 협업 트렌드가 활발해지면서, 탄산음료나 과일 음료 패키지를 그대로 모방한 주류 제품이 잇따라 출시됐다. 이로 인해 소비자가 주류를 일반 음료로 오인할 위험이 커졌다. 식약처는 이를 차단하기 위해 제품 주표시면에 글씨 크기 20포인트 이상, 바탕색과 구분되는 방식으로 표시하도록 못을 박았다.
디카페인 기준 강화와 주류 표시 의무화, 두 조치 모두 공통된 방향을 가리킨다. 소비자가 제품 라벨만으로 무엇을 먹고 마시는지 정확히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2028년 시행까지 약 20개월의 유예 기간이 주어진 만큼, 업계의 선제적 대응과 소비자의 꼼꼼한 확인 습관이 함께 요구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