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의 여파로 한국 석유화학 산업이 가동률 55%까지 추락하는 위기를 맞았다. 플라스틱 기초 원료의 출발점인 나프타(납사) 수급이 급격히 흔들리면서, 주사기·종량제 봉투 같은 민생 필수품까지 부족 사태로 이어졌다.
정부는 4월 28일 국무회의와 중동전쟁 대응본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나프타 수급 현황과 개선 전망을 공식 발표했다. 5월 중 공급량이 전쟁 이전 대비 85~90%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210만 톤 확보·6,744억 지원…공급 다변화 총력전
정부가 이번 위기 대응에 투입한 물량과 예산은 이례적인 규모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나프타는 최대 210만 톤을 확보해 4월부터 순차 도입되는 만큼 한 달 내 수급이 안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 지원도 대규모로 투입됐다. 나프타 수입 비용 차액 지원 총액은 4~6월 계약 물량 기준 6,744억 원에 달하며, 가격 상승분의 50%를 국가가 보전하는 구조다. 중동 외 지역에서 원유를 들여올 경우 석유수입부과금 환급 비율도 기존 25%에서 100%로 대폭 확대했다.
공급선 다변화도 병행됐다. 4월 원유 도입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브라질, 호주, 콩고 등 17개국이 참여했으며, 4월 5,000만 배럴에서 5월에는 6,000만 배럴로 계약 규모가 확대됐다. 이와 함께 정유사의 원유 조달 시간을 줄이기 위한 ‘비축유 스와프’ 제도를 통해 4월 1,400만 배럴, 5월에는 1,650만 배럴 추가 계약이 예정돼 있다.
가동률 72%까지 회복…현장에서 확인되는 개선 신호
나프타 수급 개선은 실제 생산 현장 지표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여천NCC의 가동률은 3월 55% 수준에서 4월 10일 60%, 4월 24일에는 65%까지 올라섰다. 대한유화는 3월 62%에서 4월 28일 기준 72%로 상승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나프타 수입 단가 차액 지원제도가 효과를 보면서 계약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5월 나프타 공급은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해 석유화학 제품 수급 우려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55% 수준이었던 산업 전체 가동률이 65~70%대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신호등 체계’로 품목별 위기 관리…아스팔트는 ‘빨간불’ 지속
정부는 원자재 수급 상황을 재고 기간에 따라 4단계 색상으로 분류하는 ‘신호등 체계’를 도입해 집중 관리 중이다. 재고가 2주 미만이면 빨간불, 1개월 미만은 주황불, 2~3개월은 노란불, 3개월 이상은 초록불로 분류된다.
현재 아스팔트는 재고 2주 미만의 빨간불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구 부총리는 “필요한 현장에 우선 공급하는 한편 추가 물량 확보도 적극 추진하겠다”며 “공사 일정과 발주 시기 등을 조정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종량제 봉투와 주사기는 한 달 내 각각 초록불·노란불로 전환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