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차량의 점유율이 3년 만에 7배 이상 급등했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가 22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개최한 ‘제46회 자동차모빌리티산업발전포럼’에서 나온 수치는 충격적이었다. 2022년 4.7%에 불과하던 중국산 전기차 국내 점유율이 2025년에는 33.9%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75.0%에서 57.2%로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이 추세가 단순한 시장 경쟁을 넘어 국내 제조업 생태계 자체를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라고 진단한다.
BYD 11개월 만에 1만대… 수직계열화가 만든 가격 괴물
중국산 전기차 공습의 선봉에는 BYD가 있다. BYD는 2025년 4월 국내 첫 고객 인도를 시작한 이래 11개월 만에 1만75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최단 기간 판매 기록을 세웠다. 배터리 셀부터 완성차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구조가 원가 절감의 핵심 무기로 작용했다.
여기에 자체 할인 프로모션까지 더해 실구매가를 추가로 낮췄다. 정부의 전기차 구매보조금과 내연기관차 전환 지원금(최대 100만원)까지 활용하면, 국산 동급 모델 대비 체감 가격 차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2026년 1분기, 중국산 판매 286% 폭증… 국산도 못 막았다
올해 1분기 지표는 더욱 가파르다. 중국산 전기차 판매량은 2만5천대로 전년 동기 대비 286.1% 폭증했다. 국산 전기차도 5만1천대로 126.1% 늘었지만, 증가 속도 자체에서 이미 중국산에 뒤처지는 형국이다.
주목할 점은 독일 시장과의 대비다. 2026년 1분기 독일에서 BYD는 21위(9,120대)에 그쳤고, 중국 브랜드 전체가 상위 20위권 진입에 실패했다. 독일 시장에서는 자국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딜러망 확대보다 SNS 마케팅에만 집중한 것이 패인으로 꼽힌다. 반면 한국 시장은 보조금 구조와 낮은 진입 장벽이 맞물리며 중국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제조업 공동화」 경고… 日·美·EU는 이미 움직였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국내 생산기반 붕괴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정대진 KAIA 회장은 “부품업계의 사업전환 부담과 기술·인력 확보 어려움이 커지고 있어, 완성차 생산 기반 약화가 장기적으로는 국내 제조업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택성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KAICA) 이사장 역시 “완성차와 부품업체가 긴밀하게 연결된 구조상, 생산기반 약화는 고용 안정성까지 흔든다”며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을 촉구했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자국 생산 차량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유럽연합(EU)은 산업가속화법(IAA)을 도입했다. 산업구조가 한국과 유사한 일본도 전략분야 국내생산촉진세제에 전기차를 포함시켰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전기차 보급 확대에만 치중하기보다 세제·인프라·생태계 조성을 통해 국내 생산비용을 낮추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향후 다양한 중국계 브랜드의 국내 출시가 예고된 가운데, 국내 자동차산업의 대응 시간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보조금 중심의 보급 정책에서 생산경쟁력 강화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지 않으면, 한국 자동차산업의 생태계 전반이 돌이킬 수 없는 위축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경고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