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세 부담이 빌라(연립·다세대 주택) 시장까지 번지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치솟자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비아파트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빌라 전셋값까지 동반 상승하는 ‘풍선효과’가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서울 연립·다세대 전셋값 지수는 100.57로 전월 대비 0.31% 올랐다. 이는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수도권 전체 지수도 100.31로 2023년 5월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매물 감소도 심상치 않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임대차 매물은 1만 5389건으로, 연초 2만 3060건 대비 33.2% 줄었다.
수급 불균형, 2021년 전세대란 수준 근접
수급 지표도 경고등이 켜졌다. 4월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04.1로, ‘전세 대란’으로 불렸던 2021년 9월(109.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도권 전체도 100.8로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개별 단지에서도 매물 실종 현상이 확인된다. 약 4000가구 규모인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의 전세 매물은 현재 단 1건에 불과하다. 노원구 중계동 중계무지개(2433가구)는 전세 매물이 아예 없고 월세만 2건이 등록된 상태다.
공급 붕괴가 구조적 원인…빌라 착공 83% 급감
전문가들은 이번 전세난의 근본 원인으로 절대적인 공급 부족을 지목한다. 서울 연간 빌라 공급은 과거 3만 가구 수준에서 2024년 6000가구, 2025~2026년에는 4000~5000가구 수준으로 급감했다. 역사적 최고치 대비 약 83% 감소한 수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다주택자 매물 유도 정책 등이 맞물리면서 전세 공급은 더욱 줄었다. 현재 서울 빌라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은 80%에 달해 전세 물량 자체가 극도로 희소해진 상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가장 큰 원인은 결과적으로 공급 부족”이라며 “임대차는 순수 사용 목적의 수요가 생기는 시장인데, 절대적 공급량이 줄면서 수급 괴리가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아파트로 번진 불씨…상승 압력 당분간 지속
전문가들은 현재 흐름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렵다고 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6년 서울 전셋값 상승률을 4.7%로 전망했다. 매매가 상승률 전망치(4.2%)를 웃도는 수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아파트 전세 매물 부족으로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수요가 비아파트로 이동한 영향”이라며 “서울 내 거주 수요는 유지되는 만큼 오피스텔이나 빌라 등 대체재 가격도 당분간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본격화될 경우 이주 수요가 수도권 전역으로 퍼져 전세난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빌라 공급 정상화 없이는 서민 주거 시장의 불안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