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잡았지만… 초고령 사회, 교통사고 사망자 줄지 않는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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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교통사고 사망자 증가
연합뉴스

교통사고는 줄었지만 사람은 더 많이 죽었다. 이 역설적인 통계가 공식 수치로 확인됐다.

경찰청과 한국도로교통공단은 2026년 4월 16일, ‘2025년 교통사고 통계자료’를 발표했다. 교통사고 건수는 19만 3,889건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고, 부상자도 27만 1,751명으로 2.4% 줄었다. 그러나 사망자는 2,549명으로 오히려 1.1% 증가했다.

고령화가 만든 ‘죽음의 통계’

사망자 증가의 핵심 원인은 명확하다. 고령 운전자로 인한 사망자가 761명에서 843명으로 10.8% 급증했다. 고령 운전자의 사고 건수 자체도 4만 2,369건에서 4만 5,873건으로 8.3% 늘었다.

2025년 교통사고 사망자 증가
부천 제일시장 트럭 돌진 사고 / 연합뉴스

배경에는 가파른 인구 고령화가 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993만 명에서 1,051만 명으로 5.8% 증가했고, 고령 운전면허 소지자도 517만 명에서 563만 명으로 8.9% 늘었다. 운전대를 잡는 노인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시간대 특성이다. 비고령자 사망 사고는 저녁·야간(오후 6시~자정)에 집중되는 반면, 고령자는 오후·저녁(오후 4~8시)과 이른 아침(오전 6~8시)에 사고가 집중된다. 이는 고령자의 생활 패턴과 맞닿아 있어, 단순한 야간 단속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구조임을 시사한다.

음주운전은 잡았지만, 이륜차는 되레 위험해졌다

반가운 성과도 있다. 음주 운전 사망자는 138명에서 121명으로 12.3% 감소했다. 2021년 206명과 비교하면 불과 4년 만에 40% 이상 줄어든 수치다. 음주 측정 방해 행위 처벌 강화와 음주 운전 방지 장치 도입이 실효를 거둔 결과다.

2025년 교통사고 사망자 증가
서울 강서구 강서운전면허시험장 / 연합뉴스

반면 이륜차 사망자는 361명에서 388명으로 7.5% 증가해 눈길을 끈다. 사고 건수는 오히려 7.6% 줄었음에도 사망자가 늘었다는 점에서, 사고 1건당 치명률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특히 70대 이상이 전체 이륜차 사망자의 29.2%(113명)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고령층의 이륜차 사고가 또 다른 위험 신호로 부상하고 있다.

고속도로에서는 졸음·전방주시 태만 등 안전운전 불이행으로 인한 사망이 144명(77.8%)에 달했다. 화물차 사망자 비율도 59.5%(110명)로 압도적으로 높아 장거리 운전 환경의 구조적 위험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찾아가는 교육으로 충분한가…제도 강화 목소리 높아져

경찰청은 고령자 맞춤형 찾아가는 교통안전교육과 안전용품 배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서영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은 “온라인 정보 접근에 취약한 어르신을 직접 찾아가 교육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교육과 홍보만으로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2017년부터 75세 이상 운전자에게 인지기능 검사를 의무화했지만, 한국은 70세 이상의 면허 갱신 주기를 단축(5년→3년)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고령 운전면허 소지자가 매년 수십만 명씩 늘어나는 현실에서, 검사 기준을 강화하지 않으면 사망자 증가 추세는 반전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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