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취업자가 20개월 연속 감소하고 IT업 고용은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하는 가운데, 정부가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 충격에 선제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자동차 부품 산업이 밀집한 영남권이 전환 충격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10일 ‘산업전환 고용안정 전문가 포럼’ 제2기 1차 회의를 열고 업종별 산업전환 현황과 일자리 전망을 공유하며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포럼은 산업별 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 분석을 기반으로 업종 맞춤형 고용안정 대책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일자리 통계를 넘어, AI 확산과 탄소중립 정책이 맞물리며 나타나는 구조적 고용 재편에 대한 대응 논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제조·IT·건설 동시 부진…고용 양극화 심화
올해 2월 기준 전체 취업자는 2841만 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3만 4000명 증가해 3개월 만에 20만 명대를 회복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구조적 균열이 뚜렷하다.
제조업 취업자는 1만 6000명 감소하며 20개월 연속 줄었고, 정보통신(IT)업은 4만 2000명 감소해 역대 최대 감소폭을 2개월 연속 경신했다.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도 10만 5000명이 줄어 2013년 이후 2월 기준 최대 감소를 기록했다.
반면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은 28만 8000명 증가하며 고용 증가를 사실상 혼자 떠받쳤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양질의 일자리는 축소되는 반면 저임금·불안정 일자리 중심으로 고용이 유지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영남권 중소 협력사, 전환 충격 집중 우려
이날 포럼에서는 자동차 산업의 전환 속도 격차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제품 구조와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대기업과 중소 협력사 간의 전환 대응 역량 차이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영남권 등 기존 부품 산업 밀집 지역에는 중소 협력사가 집중돼 있어, 전기차 전환 가속 시 해당 지역의 고용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도 7.7%로 전년 대비 0.7%포인트 상승하는 등 신규 채용 감소가 청년 고용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반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배터리 시스템 연구개발 등 신산업 분야는 인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으나 이를 충족할 공급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수요와 공급 간 미스매치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선제 대응 vs. 구조적 한계…포럼이 풀어야 할 과제
정부는 이번 제2기 포럼을 통해 주제별 분과위원회 중심으로 논의의 전문성을 높이고, 관계부처 간 범부처 통합 과제를 도출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사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현장 수용성을 높이는 데도 주력할 계획이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위기 발생 전 선제적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지역 거점 산업 구조 특성상 산업전환 충격이 지역 고용 위기로 확산되지 않도록 지역 단위 밀착 지원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고용 전문가들은 IT·전문서비스 분야의 연속적 감소와 청년 고용 절벽이 단기적 현상이 아닌 AI 확산과 산업 재편에 따른 구조적 변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포럼이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인력 수급 미스매치 해소와 지역별 맞춤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