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올해 첫 두 달 만에 역성장 신호를 보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1~2월 글로벌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 인도량은 228만1천대로, 전년 동기 대비 7.0% 감소했다.
단순한 수요 둔화가 아니다. 중국과 북미라는 두 개의 거대 시장이 동시에 흔들리는 사이, 유럽과 아시아 신흥시장은 반대로 급성장하며 시장의 지형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중국·북미 동반 부진, 구조적 원인은 ‘정책’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1~2월 판매량은 114만9천대로 전년 동기 대비 23.2% 급감했다. 보조금 대폭 축소와 내수 수요 둔화, 비수기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북미 역시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해 9월 말 전기차 세액공제(Tax Credit)가 종료된 여파로 1~2월 판매량이 17만4천대에 그치며 29.8% 감소했다.
희비 엇갈린 제조사 성적표… 현대차 4단계 도약
제조사별 성적표에서도 명암이 뚜렷하게 갈렸다. BYD는 30만2천대로 1위를 지켰으나 전년 대비 35.6%나 급감했고, 2위 지리그룹도 25만3천대로 12.0% 줄었다. 중국 빅2의 동반 부진은 내수 시장 조정이 본격화됐음을 시사한다.
반면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전체 시장이 역성장하는 환경에서도 3.4% 증가한 17만6천대를 기록하며 3위를 지켰다. 시장 점유율도 6.9%에서 7.7%로 상승해 상대적 선전을 보였다. 다만 중국 현지에서의 인도량은 76.0% 급감해 내수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는 뼈아픈 과제로 남았다.
테슬라는 16만9천대로 2.9% 감소했다. 중국·유럽·북미 3대 시장에서 모두 부진했지만,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Q1 기준 생산량 40만8천여 대 가운데 12%가 재고로 적체된 것은 공급 과잉 신호로 읽힌다.
가장 눈에 띄는 반전은 현대차그룹이다. 1월 10위에서 단숨에 6위로 4계단 도약하며 1~2월 누적 9만5천대, 전년 대비 17.7%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인도, 태국 등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에서 140.3%의 압도적인 증가율을 달성했다.
유럽·신흥 아시아로 성장축 이동… 정책 대응력이 승패 가른다
유럽 시장은 1~2월 61만9천대로 20.2% 성장하며 중국발 충격을 상쇄했다. 엄격한 배출 규제와 지속적인 인센티브 정책이 수요를 떠받치는 구조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은 25만2천대로 무려 72.9% 급증했고, 1월 단월 기준으로는 96.5%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SNE리서치는 이번 역성장을 두고 “시장 위축보다는 정책 변화와 성장 속도 조정이 맞물린 일시적 조정”으로 규정했다. 동시에 향후 시장의 승패를 가를 요소로 정책 대응력, 현지 생산 체계, 공급망 안정성, 가격 경쟁력, 지역별 파워트레인 운영 전략 등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결국 2026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얼마나 팔았느냐’보다 ‘어디서, 어떻게 팔았느냐’가 생존을 결정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국과 북미에 집중된 구조를 가진 제조사는 압박이 커지는 반면, 현대차그룹처럼 신흥시장에서 빠르게 기반을 다진 플레이어에게는 오히려 기회의 시장이 열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