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단 한 번도 넘지 못했던 일본의 수출 규모를 처음으로 추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77년 무역 역사에서 한 번도 깨지지 않았던 ‘일본의 벽’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연간 수출액은 7093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연간 기준으로 70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며, 같은 해 일본 수출(7383억4000만 달러)과의 격차는 290억1000만 달러로 역대 최소 수준까지 좁혀졌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이끈 ‘7000억 달러’ 시대
이번 성과의 핵심 동력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다. AI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반도체(D램·낸드플래시)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고 가격이 회복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의 수출이 빠르게 늘었다.
한국은 1995년 1000억 달러를 시작으로 △2004년 2000억 달러 △2011년 5000억 달러 △2018년 6000억 달러를 차례로 돌파해 왔다. 이번 7000억 달러 달성은 6000억 달러 돌파 이후 7년 만으로, 6000억 달러 달성 당시 세계 7위에서 이번에는 미국·독일·중국·일본·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6위로 진입해 성장 속도도 빨라졌다는 평가다.
한일 역전, ‘연간 기준’도 가시권에
월별 흐름에서 한국의 상승세는 두드러진다. 2025년에는 5월·8월·9월·12월 등 네 차례 일본의 월간 수출을 웃돌았으며, 하반기 누적 기준으로도 양국 격차는 36억 달러 수준으로 좁혀졌다.
2026년 들어서는 이 흐름이 더욱 뚜렷해졌다. 1월 수출은 658억5000만 달러로 1월 기준 처음 600억 달러를 돌파했고, 같은 달 세계무역기구(WTO) 기준 일본 수출(586억3000만 달러)을 앞질렀다. 3월에는 861억3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월간 800억 달러 시대를 처음으로 열었다. 1분기 누적 수출도 2193억 달러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일본 구조적 약세 속, 한국 연간 역전 가능성 제기
업계에서는 일본의 구조적 약세도 주목한다. 일본의 수출 주력 품목인 자동차 산업이 각종 대외 변수에 흔들리는 반면, 한국의 반도체는 글로벌 공급 부족이 지속되며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본의 수출액은 2011년 8226억 달러를 정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강감찬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여러 변수가 있지만 최소 상반기까지는 반도체 수출이 긍정적인 추세로 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통상 하반기로 갈수록 수출이 늘어나는 계절성을 고려하면, 시장에서는 올해 연간 수출이 정부 목표인 7400억 달러를 넘어 2년 연속 최대치를 갈아치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