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증시를 강타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점 대비 20% 안팎으로 폭락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증권가는 두 기업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오히려 끌어올리고 있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17만6,3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고점인 21만8,000원 대비 19.13% 하락한 수준이며, SK하이닉스 역시 87만3,000원에 마감해 고점 109만9,000원 대비 20.56% 내려앉았다.
외국인 ‘팔자’에 23조 이탈…개인이 받아냈다
이달 3일부터 30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를 16조2,557억원, SK하이닉스를 7조2,366억원어치 각각 순매도했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며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외국인 중심의 매도세가 반도체 대장주를 집중적으로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는 삼성전자 15조2,817억원, SK하이닉스 6조3,324억원을 각각 순매수하며 외국인의 물량을 대거 받아냈다. 외국인과 개인 간 수급 엇갈림이 대규모로 나타났다.
전쟁에도 실적 컨센서스는 ‘우상향’
주가와 달리 실적 전망은 오히려 개선됐다.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89조4,453억원으로,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달 27일의 174조9,758억원보다 8.27% 상향됐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149조6,337억원에서 158조8,935억원으로 6.19%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 김영건 연구원은 “전쟁과 무관하게 메모리 가격은 안정적”이라며 “실적 가시성이 높아지면서 목표주가 등 전망치를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가가 크게 빠진 것과 달리 메모리 현물의 일일 가격은 5% 이내로밖에 내리지 않았다”고 짚었다.
빅테크 AI 투자 1,000조·HBM4가 반전 열쇠
KB증권은 구글·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4사의 올해 AI 설비투자가 전년 대비 76% 증가한 약 1,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동원 KB증권리서치센터 전무는 “빅테크들이 메모리 반도체 병목현상의 장기화를 3~5년으로 보고 메모리 구매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글의 신기술 ‘터보퀀트’를 두고 시장에서는 메모리 수요 감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다수 증권사는 수혜 기회로 해석했다. 키움증권 박유악 연구원은 “터보퀀트는 서버 D램과 기업용 SSD 수요에는 부정적이지만, HBM 수요에는 오히려 긍정적”이라며 “HBM4 기술 경쟁력 우위를 점한 삼성전자에는 시장 점유율 확대의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2분기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24만9,200원,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132만1,160원으로 형성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