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원유 수급 불안에 ‘비상’…공공기관 차량 5부제, 사실상 전면 적용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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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차량 5부제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 연합뉴스

중동 사태 장기화가 국내 에너지 안보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정부가 원유 수급 불안에 대응해 공공기관 차량 5부제를 전면 강화하면서, 2011년 도입 이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제도가 실질적 규제로 탈바꿈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3월 25일 0시부터 시행 중인 공공기관 승용차 5부제를 전국 모든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으로 확대하고, 적용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조치로 전국 1,020개 기관, 약 150만 대의 차량이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이는 단순한 환경 정책을 넘어, 중동 전쟁 여파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에 대한 정부의 비상 대응으로 해석된다.

경차·하이브리드까지 ‘예외 없다’…제도 빈틈 메운다

중동발 유가 상승에 공공기관 '차량 5부제' 전면 시행 | 연합뉴스
중동발 유가 상승에 공공기관 ‘차량 5부제’ 전면 시행 / 연합뉴스

이번 강화 조치의 핵심은 기존 제도의 허점을 정면으로 메웠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인구 30만 명 미만 시·군의 공공기관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었고, 기관 스스로 요일을 선택하는 ‘선택요일제’를 운용해 실질적인 이행 관리가 어려웠다.

이번 개편으로 전국 모든 시·군 공공기관에 일괄 적용되며, 운휴 방식도 차량번호 끝자리에 따른 의무 요일제로 통일됐다. 월요일은 끝자리 1·6, 화요일은 2·7, 수요일은 3·8, 목요일은 4·9, 금요일은 5·0 차량이 운행을 제한받는다.

적용 차량 범위도 넓어졌다. 기존에 제외됐던 경차와 하이브리드차까지 포함되면서, 공공기관 공용차와 임직원 소유 10인승 이하 승용차 전체가 대상이 됐다. 다만 장애인 차량, 임산부·유아 동승 차량, 전기·수소차, 민원인 차량은 예외로 인정된다.

단속 범위 확대·반복 위반엔 징계…실효성 강화 방점

중동발 고유가 대응, 공공부문 차량 5부제 전면 시행 - 뉴스1
중동발 고유가 대응, 공공부문 차량 5부제 전면 시행 / 뉴스1

단속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기존에는 공공기관 주차장 내에서만 단속이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주차장 인접 일대로 단속 범위가 확대됐다. 반복 위반자에 대해서는 기관 자체 징계 등 제재를 요청할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3월 24일 국무회의에서 “정부 차원의 비상 대응체계를 선제적으로 가동”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공기관은 차량 5부제 등으로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박덕열 기후에너지환경부 수소열산업정책관은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공공부문의 선도적 절약이 중요하다”며 “5부제를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의무화도 ‘경우의 수’…HD현대는 자발적 10부제

시장에서는 민간 부문으로의 확산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민간에 대해 자율 참여를 우선 유도하는 방침이지만, 자원안보 위기경보가 현재 ‘주의(2단계)’에서 ‘경계(3단계)’로 격상될 경우 의무 적용을 검토할 계획이다. 공영주차장 출입 제한 등 간접 규제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일부 민간 기업들은 정부 정책에 선제적으로 화답하고 있다. HD현대는 3월 23일 자율 참여 방식의 차량 10부제 도입을 결정했으며, 삼성·현대차그룹 등도 직원 차량 사용 제한을 포함한 에너지 절감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를 ‘공공 솔선 후 민간 확산’을 노린 단계적 전략으로 분석한다. 에너지 수급 상황이 악화될 경우 민간 의무화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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