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도, 자산도 부족한 청년들이 빚을 끌어모아 부동산과 주식에 뛰어든 결과가 수치로 드러났다. 부채 상환 능력이 위험 수준에 달한 ‘고위험가구’ 중 청년층의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세대 간 부채 위험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청년층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26일 공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3월 기준 고위험가구 45만9000가구 중 20~30대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34.9%로 집계됐다. 2020년(22.6%) 대비 12.3%포인트(p) 확대된 수치다. 같은 기간 중년층(40~50대)은 59.8%에서 53.9%로, 노년층은 17.6%에서 11.2%로 각각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고위험가구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초과하고, 자산대비부채비율(DTA)이 100%를 넘는 가구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버는 돈의 절반 가까이를 빚 갚는 데 써야 하면서, 자산보다 빚이 더 많은 상태다.
5년 새 부채 2.4배…청년 고위험가구의 폭발적 팽창
청년 고위험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 규모는 최근 5년 사이 2배를 훌쩍 넘어섰다. 2017년 3월을 기준(100)으로 했을 때, 청년 고위험가구의 금융부채 지수는 2020년 3월 134에서 2025년 3월 318로 약 2.4배 급등했다.
전체 고위험가구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고위험가구 수는 2024년 3월 38만6000가구에서 1년 만에 45만9000가구로 약 7만3000가구(19%) 증가했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부채는 72조2000억원에서 96조1000억원으로 불어나 전체 금융부채의 6.3%를 차지하게 됐다.
고위험가구의 재무 구조도 취약하다.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고위험가구의 평균 총자산은 2억7000만원으로 비고위험 가구(6억400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반면, 부채는 2억4000만원으로 비고위험 가구(1억6000만원)보다 오히려 많다.
‘코로나 영끌’이 부른 나비효과…저금리의 역설
한국은행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코로나19 이후 저금리 기조와 청년층의 적극적인 부채 차입에서 찾는다. 한은은 “상대적으로 소득과 자산이 적은 청년층 가구가 주택 구입, 주식 투자 등을 위해 부채 차입에 나서면서 다른 연령층보다 청년층 고위험가구의 증가 폭이 컸다”고 분석했다.
김정호 한은 안정총괄팀장은 “소득이 비교적 낮은 청년층이 주택 구입 및 투자 과정에서 과거 세대보다 적극적으로 부채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저금리 시대에 ‘영끌’로 자산 시장에 진입했던 청년들이 이후 고금리와 자산 가격 정체기를 고스란히 감당하게 된 구조다.
2024년 3월 이후에는 지방 부동산 시장 부진이 가세하며 상황을 악화시켰다. 한은은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채무상환 부담이 지속됐다”고 진단했다.
단기 숨통은 트였지만…구조적 경고음은 여전
한은은 2025년 3월 이후 수도권 집값과 주식 등 자산 가격 상승, 금리 하락이 맞물리면서 지난해 말 고위험가구 비중이 가구 수 기준 3.6%, 금융부채 규모 기준 5.9%로 소폭 낮아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이는 시장 회복에 따른 일시적 완화로 분석된다.
한은은 “지방 주택시장 회복세가 지연되고 금융자산 가격 조정 등이 동반될 경우, 부채 증가가 컸던 가구를 중심으로 상환 부담이 크게 확대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고위험가구 증가가 단순한 개인 재무 문제를 넘어 소비 위축, 결혼·출산 회피 등 장기적 사회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