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불똥 튀나…미국이 콕 찍어 경고한 ‘무늬만 개도국’ 4개국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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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이 시각 헤드라인] - 07:30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다자무역 체제의 심장부인 세계무역기구(WTO)가 근본적인 존립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미국이 오는 26일 개막하는 제14차 WTO 각료회의(MC-14)를 사흘 앞두고 강도 높은 개혁 보고서를 공개하며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을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23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WTO 개혁 보고서를 발표했다. 카메룬 야운데에서 열리는 MC-14를 앞두고 WTO 체제 전반에 걸친 구조 개혁을 압박하는 공식 문서를 내놓은 것이다.

보고서는 “WTO가 감독하는 국제무역에서의 현 글로벌 질서는 옹호될 수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규정하며 특혜무역조건(SDT) 자격 요건의 전면 개편을 촉구했다.

한국·싱가포르 등 4개국, ‘말뿐인 포기’ 직격

보고서가 특히 주목한 것은 개발도상국 지위를 둘러싼 ‘선언과 현실의 괴리’다. 보고서는 “2019년 3월부터 2020년 3월 사이에 브라질·싱가포르·한국·코스타리카 4개국이 WTO 협상에서 SDT 조항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여전히 스스로 선언한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한국은 2019년 10월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압박 속에 개발도상국 지위는 유지하되 특혜는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OECD 회원국이자 세계 10위권 교역 강국인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는 것이 미국의 논리다.

글로벌 통상질서 재편 속…韓, WTO 개혁 논의 주도
글로벌 통상질서 재편 속…韓, WTO 개혁 논의 주도 / 뉴스1

중국의 ‘특혜 포기 선언’에도 의구심

보고서는 중국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언뜻 보기에 중국이 2025년 9월 WTO 협상에서 SDT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은 미국의 개혁 제안에 대한 반응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중국의 약속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이분법이 2026년 현재의 글로벌 무역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적격성 판정을 위한 객관적 기준 마련과 기존 통지 의무 준수국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WTO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MC-14

이번 각료회의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공세로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는 가운데 열린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한국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다자무역체제가 흔들리면 우리 기업이 누려온 기회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며 다자 체제 복원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한국은 이번 회의에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약 30명 규모의 대표단을 파견한다. 여 본부장은 “다자무역체제의 복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라며 “미들 파워 국가로서 개혁 논의를 진전시키고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MC-14 논의 결과가 WTO의 향후 역할과 권위에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보고서 발표와 함께 “WTO는 관련성을 유지하고 싶다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미국이 회원국 중심의 개혁 논의를 계속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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