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어디서나 같은 요금을 내던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상공회의소 초청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를 산업용 전기요금에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송전요금과 전기 자립도, 지역균형발전 관점에서 지역 전기요금을 싸게 적용하는 세부 방안을 설계 중”이라며 “조만간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불러온 요금 체계 재편
이번 정책 방향은 정부가 이미 추진 중인 전기요금 개편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정부는 오는 4월 1일부터 계절·시간대별 산업용(을)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해 2030년 말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낮 시간대 요금은 최대 16.9원/kWh 인하되고, 저녁 시간대(18~21시)는 최고요금 구간으로 변경되어 5.1원/kWh가 인상된다. 또한 봄·가을 주말 낮 시간대에는 50% 요금 할인이 적용된다. 이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낮에 집중 생산되는 특성을 요금 신호에 반영해 전력 수요를 분산시키려는 설계다.
부산이 차등 요금에 사활을 거는 이유
이날 간담회에는 부산 지역 상공인 40여 명이 참석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실효성 확보, 분산에너지특구 지원체계 구축, 탄소배출권 거래제 관련 지역기업 지원 확대 등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양재생 부산상의 회장은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는 부산이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유치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결정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가 24시간 냉각 시스템을 가동해야 하는 만큼 전력 비용이 총 운영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고 본다. 이 때문에 지역 전기요금 수준이 첨단산업 유치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구조가 안착할 경우, 발전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지역일수록 전기요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지역 간 산업 입지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정부는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에너지 집약 업종과 사전 간담회를 진행하며 산업계 의견을 수렴했고, 조업 조정이 필요한 기업에는 6개월의 유예 기간도 부여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