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지난해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우며 올해 전기차(EV) 대중화와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사업을 두 축으로 삼아 ‘지능형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에 본격 속도를 낸다. 기아 송호성 사장은 20일 서울 서초구 기아 본사에서 열린 제82기 주주총회에서 이 같은 경영 방향과 핵심 전략을 공식 발표했다.
송 사장은 지난해 성과에 대해 “관세 부담, 경쟁 심화, 중국 완성차 업체의 글로벌 확장 등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했음에도 도매 판매 314만대라는 역대 최다 기록과 2년 연속 100조원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올해의 3대 핵심 전략으로 ▲EV 캐즘 극복 ▲PBV 성장 동력 확보 ▲지능형 모빌리티 솔루션으로의 진화를 제시했다.
EV2 출시로 대중화 풀라인업 완성…2030년까지 13개 모델
기아의 첫 번째 전략 축은 EV 대중화다. 송 사장은 “제품 개선, 접근성 향상, 공급망 강화라는 3가지 핵심 영역에 집중해 올해 EV2 출시를 통해 대중화 모델 풀라인업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EV2는 기존 EV6·EV9 등 프리미엄 중심 라인업에서 벗어나 가격 진입 장벽을 낮추는 포지셔닝으로 주목된다.
기아는 2030년까지 총 13개 EV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충전 인프라 측면에서는 초고속 충전소 등 충전 네트워크를 대폭 확대하고, ‘기아원앱’을 통해 고객 경험을 통합 관리하는 방향을 택했다. 한국·유럽·미국·신흥시장 등 각 지역 특성에 맞춰 생산 거점을 다변화해 EV 공급망 최적화에도 나선다.
PV5·PV7·PV9 순차 확장…이보 플랜트로 전용 생산
두 번째 전략 축인 PBV 사업은 기아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첫 모델 PV5를 시작으로 2027년 PV7, 2029년 PV9으로 라인업을 단계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PBV는 내부 인테리어를 제거한 유연 생산체계를 기반으로 개조 비용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생산 거점으로는 지난해 화성 이보 플랜트 이스트(Evo Plant East)를 준공했으며, 2027년에는 이보 플랜트 웨스트(Evo Plant West)를 추가 준공해 PV7 양산에 들어간다.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통해 오픈 베드, 탑차, 캠핑용 차량 등 다양한 특화 컨버전 모델도 제작할 방침이다. 상용차와 특수 목적 차량 시장을 겨냥한 맞춤형 전략으로 해석된다.
2027년 SDV 양산 적용…모셔널·42닷과 자율주행 협력
세 번째 전략 축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와 인공지능(AI) 통합이다. 기아는 2027년까지 AI 기반 UX와 커넥티비티를 결합한 차세대 SDV를 선보이고 양산 모델에 적용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핵심 역량은 모셔널(Motional)과 포티투닷(42Dot)과의 협업을 통해 단계적으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피지컬 AI 기술을 제조·판매·물류 전 과정에 적용해 인간이 수행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작업을 지원하고, 글로벌 선도 AI 기업들과 전방위적인 파트너십도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관세 발동과 자국중심주의 확산이라는 통상 환경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차 사업 전환이라는 중장기 목표는 흔들림 없이 유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아는 역대 최다 판매 기록과 100조원대 매출이라는 탄탄한 실적을 기반으로, EV 대중화·PBV 라인업 확장·AI 기반 SDV라는 세 갈래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며 전통 완성차에서 지능형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시점에서, 기아가 제시한 2030년 비전의 실현 여부가 업계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