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미사일 기지를 벙커버스터로 직접 타격했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를 두고 미·이란 간 군사적 충돌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3월 17일(현지시간) 공식 SNS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안을 따라 위치한 이란의 강화된 미사일 기지들에 5,000파운드(약 2.3톤)급 지하 관통탄 여러 발을 성공적으로 투하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지에는 국제 선박을 위협하는 이란의 대함 순항미사일이 배치돼 있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의 호위 작전 참여 거절에 “매우 실망스럽다”며 “우리는 더 이상 나토 동맹국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고 바라지도 않는다”고 선언했다. 미군의 단독 타격과 트럼프의 발언이 같은 날 나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GBU-57의 6분의 1 위력…그러나 전술적 의미는 다르다
이번 타격에 사용된 5,000파운드급 지하 관통탄은 2025년 6월 ‘미드나잇 해머’ 작전에서 B-2 전략폭격기가 투하한 GBU-57(길이 6.2m, 무게 13.6톤)과 비교하면 무게 기준 약 6분의 1 수준이다. GBU-57은 이란 핵시설 3곳을 파괴한 초대형 벙커버스터로, 당시 작전의 상징적 무기였다.
그러나 이번 타격의 목적은 핵시설 파괴가 아닌 해안 미사일 기지의 무력화다. 소형화된 지하 관통탄을 다수 투하하는 방식은 분산 배치된 해안 기지 타격에 더 적합한 전술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CNN 분석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기뢰, 폭발물 보트, 해안 배치 미사일을 복합 운용해 호르무즈 해협에 사실상 ‘죽음의 통로(gauntlet)’를 형성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기뢰 수천 개·공격 범위 800㎞…이란의 다층 봉쇄 전술
이란의 해상 봉쇄 전술은 단순 위협을 넘어 실질적인 다층 공격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 정보기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수십 개의 기뢰가 부설됐으며, 이란의 전체 기뢰 보유량은 중국·러시아제 포함 최대 6,000개로 추정된다.
공격 범위도 확대됐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외국 선박 4척 공격에 이어, 직선거리 약 800㎞에 달하는 이라크 바스라 항구의 유조선도 화재 피해를 입어 외국인 승조원 1명이 사망하고 25명이 구조됐다. 페르시아만 전역이 위협권 안에 든 셈이다. 포브스는 “호르무즈 해협 장기 폐쇄의 경제적 파급력은 대규모 군사 충돌에 버금간다”고 경고했다.
동맹 균열 속 단독 전쟁…호르무즈 정상화까지 험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7개국에 해상 호위 작전 동참을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하거나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트럼프는 “대부분의 나토 동맹국으로부터 대이란 군사작전 불참 통보를 받았다”고 공개 비판하며 일본, 호주, 한국까지 싸잡아 언급했다.
미 합참의장 댄 케인은 “중부사령부가 이란의 기뢰 부설함과 저장 시설을 계속 타격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 정보기관 자체 평가에서도 미군의 해군 시설 폭격 후에도 이란의 소형 선박과 기뢰 부설함의 80~90%가 여전히 건재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스라엘은 3월 15일 대이란 군사작전을 최소 3주 이상 지속한다고 밝혔다. 동맹의 이탈, 이란의 잔존 전력, 그리고 에너지 시장의 불안이 겹친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