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발발 이후 급등했던 국내 금 시세가 불과 2주 만에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시장에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완전 봉쇄 대신 ‘선별적 봉쇄’로 전략을 전환했다는 신호가 위기 프리미엄을 빠르게 걷어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의 국내 금 시세(99.99·1㎏)는 이날 오전 1g당 23만8천860원으로, 전장 대비 0.64% 하락했다. 이는 전쟁 발발 전인 지난달 27일의 23만9천570원보다도 소폭 낮은 수준이다.
국제 금값의 낙폭은 더욱 가파르다. 3월 3일 장중 온스당 5,380.11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 금 시세는 16일 기준 온스당 5,027.86달러로 떨어지며 전쟁 이전(5,193.39달러)보다 오히려 3.19% 하락했다.
환율이 ‘쿠션’ 역할…원화 낙폭은 제한
국제 금값이 더 큰 폭으로 빠졌음에도 국내 금값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데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40.0원에서 1,491.9원으로 약 3.6% 수직상승했다.
달러 기준 자산가치가 떨어지더라도 원화 환산 시 그 하락분이 상쇄되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전쟁 장기화 우려와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이 맞물리며 원화 약세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본다.
‘안전자산 매력’ 희석시킨 인플레이션 공포
금값 하락의 배경에는 유가 급등이 촉발한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도 자리한다. 중동 긴장 고조로 유가가 요동치자 글로벌 물가 상승 기대가 커졌고, 이는 미국 장기 국채 금리 급등으로 이어졌다. 현재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4.908%로 5% 근처까지 육박한 상태다.
금리 상승 국면에서는 이자를 낳지 않는 금의 기회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에 금 보유 매력이 반감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초기의 ‘공포 매수’가 진정되면서 금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보다는 금리 부담 자산으로 재평가받고 있다고 진단한다.
호르무즈 ‘선별적 봉쇄’ 전환…최악 시나리오 회피 기대
이란이 중국·인도·튀르키예·파키스탄·그리스 등 국가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허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큰 틀에서 볼 때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완전 봉쇄 모드에서 선별적 봉쇄로 전환하고 있고, 미국 역시 전쟁의 장기화를 지양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직 완전히 상황이 종결된 것은 아니어서 뉴스 흐름에 따라 분위기가 부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중·일 등 5개국에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등 지정학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점도 변수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