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막히자 年 7천억 시장 ‘올스톱’… 한국 중고차 수출 20년 만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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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행 뱃길이 사실상 막혔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2주 넘게 이어지면서, 전국 중고차 수출 물동량의 70%를 처리하는 인천항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 관계자들은 “2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상황”이라며 경영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특히 뼈아픈 이유는 타이밍이다. 지난해 UAE와 요르단으로의 중고차 수출은 각각 115%, 101% 폭증하며 사상 최대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 성장의 과실을 채 누리기도 전에 항로가 봉쇄된 것이다.

연 6981억 시장, 하루아침에 ‘공중 분해’

2025년 기준 인천항에서 수출된 중고차는 62만8천 대에 달한다. 이 가운데 리비아(14만6천 대), UAE(5만5천 대), 요르단(3만1천 대) 등 호르무즈 해협·홍해 항로 영향권 국가 비중이 30% 이상을 차지한다.

"가던 배도 돌아와"…중고차 중동 수출 전멸
“가던 배도 돌아와”…중고차 중동 수출 전멸 / 연합뉴스

두바이 단일 시장의 수출액만 해도 약 6981억 원에 이른다. 두바이 제벨알리항은 단순 수입 거점이 아니라, 이란·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국 바이어들이 한국 중고차를 매입해 재수출하는 물류 허브 역할을 한다. 두바이 프리존(자유무역지구)의 안정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2023년부터 전 세계 중고차 업체들이 몰렸고, 한국 업계도 이 흐름에 올라탔다.

컨테이너당 운임 4배, 쇼링 해제에도 수백만 원 ‘추가 출혈’

직격탄은 운임 폭등이다. 인천~호르파칸 항로의 기존 컨테이너당 운임은 1,500~1,600달러 수준이었다. 현재는 6,000달러 이상을 요구하며, UAE 정부가 제안한 대체 항구(호르파칸) 하역 후 육로 운송 방식을 택하면 컨테이너당 약 1억2천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비용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선적이 취소되더라도 이미 컨테이너에 차량을 고정하는 ‘쇼링’ 작업을 마친 경우, 이를 다시 해제하는 데만 차량당 70만~80만 원이 추가로 든다. 업계 관계자는 “고정비 수천만 원이 나가는데 수출길은 뚝 끊겼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항만 도착을 전제로 대금을 회수하는 업계 구조상, 운송 지연은 곧 자금 경색으로 직결된다.

호르무즈 봉쇄 여파 오만 항구에 발 묶인 유조선 - 뉴스1
호르무즈 봉쇄 여파 오만 항구에 발 묶인 유조선 – 뉴스1 / 뉴스1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항로를 택할 경우 운송 기간이 기존 대비 약 1개월 더 소요된다. 박영화 한국중고차수출조합 회장은 “중동 지역 거래량이 많은 업계 특성상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구조적 복합 위기… 선사 할증료 투명성 논쟁도 가열

이번 사태는 단발성 악재가 아니다. 업계는 이미 리비아의 화폐 가치 폭락, 이집트·시리아의 중고차 수입 규제(각각 2024년, 2025년부터 시행), 저가 중국산 중고차의 공세 등 중동·아프리카 시장에서 누적된 역풍을 감내해왔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결정타가 더해진 셈이다.

선사의 일방적 할증료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오일성 두바이 수출 전문업체 대표는 “보험에는 고지 의무가 있듯, 선사도 전쟁위험할증료 산출 근거를 설명해야 한다”며 “화주들에게는 아무런 정보 제공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만 된다”고 지적했다. 위기 상황을 악용한 폭리 우려도 제기되면서, 정부의 선사 할증료 관리·감독 강화를 촉구하는 업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는 “호르무즈 해협 경유 항로가 제한될 경우 현지 재고가 바닥나 완성차 판매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분석에서는 이 사태가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자동차 시장이 최대 4.7% 축소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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