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과 중국, 일본을 포함한 16개 경제주체를 상대로 추가 관세를 겨냥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공식 개시했다. 연방 대법원이 기존 관세 수단을 위법으로 판결하면서 생긴 ‘관세 수입 공백’을 메우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3월 11일(현지 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조사 개시를 선언했다. 한국을 비롯해 EU,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 등 주요 무역 파트너 16곳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대법원 판결이 촉발한 관세 전략의 대전환
이번 조사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지난 2월 20일 미국 연방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관세 징수가 위법이라고 판단했고, 이로 인해 기존 국가별 상호관세와 펜타닐 관세 수익이 한꺼번에 사라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당일 기자회견에서 무역법 122조에 따라 전 세계 모든 무역 상대국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는 동시에, 301조 조사 개시를 예고한 바 있다. 관세 수입 감소분을 새로운 법적 근거로 보완하려는 전략이다.
무역 전문가들은 이번 조처가 감세 등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국내 정책 재원을 확보하고, 외국 정부와 기업에 대한 협상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한 복합적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한다.
한국, ‘구조적 과잉 생산’ 증거 국가로 명시
USTR은 301조 조사 개시를 알리는 연방 관보 문서에서 한국을 “대규모 또는 지속적인 대미 무역 흑자를 통해 구조적 과잉 생산 능력과 과잉 생산의 증거가 나타나는 국가”로 명시했다. 전자 장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기계, 철강, 선박 등이 문제 산업군으로 직접 거론됐다.

그리어 대표는 “주요 무역 파트너들이 국내 및 글로벌 수요의 시장 인센티브와 부합하지 않는 생산 능력을 구축해 왔다”고 지적했다. 과잉 생산의 원인으로는 보조금, 억제된 국내 임금, 국영기업의 비상업적 활동, 통화 관행 등이 열거됐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동·정책·관행에 관세 등으로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하는 법률이다. 사실상 행정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외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평가도 받는다.
7월 하순 시한 앞두고 속전속결 조사 예고
USTR은 구체적인 조사 일정도 공개했다. 오는 3월 17일 서면 의견 제출 창구를 열고, 4월 15일 마감, 5월 5일 공청회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리어 대표는 무역법 122조에 따른 10% 관세의 150일 시한이 만료되는 7월 하순 이전에 조사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기존 무역 합의에 대해 그리어 대표는 “합의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301조 조사는 관세나 기타 조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혀 합의 체결국도 추가 관세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과잉 생산 이외에도 디지털 서비스세, 의약품 가격, 수산물·쌀 시장 접근성, 해양오염 등에 대한 추가 조사 가능성도 언급했다. 무역법 232조(품목별 관세) 역시 이번 행정부 임기 중 선택지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