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경북 성주기지에 배치된 사드(THAAD) 발사대 6대를 전량 중동으로 반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3월 3일 0시 30분경 성주기지를 빠져나간 이 발사대들은 2주째 이어지는 미-이란 전쟁에서 급격히 소진된 중동 방공망을 긴급 보강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중국의 거센 반발을 뚫고 2017년 한반도에 ‘힘겹게’ 배치한 사드마저 빼낸 것은 중동 상황이 미국 당초 예상보다 훨씬 심각함을 방증한다.
미 국방부는 2월 28일 이란 공습 개시 이후 불과 2일간 56억 달러(약 8조 3,000억 원) 규모의 군수품을 소모했다. 워싱턴 전략국제연구소(CSIS)는 초기 사드 미사일만 약 24발이 소진됐다고 분석했다. 이란이 1,200기 이상의 발사체를 쏘아 올린 가운데,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샤헤드 자폭 드론이었다는 점은 이란이 고가의 방공 미사일을 소진시키는 ‘비대칭 소모전’을 펼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방공 레이더 파괴로 드러난 ‘구멍’
이란의 공격은 미군 방공망의 핵심인 레이더 체계를 정조준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3월 2일 카타르 알 우데이드 미 공군기지의 조기경보 레이더 AN/FPS-132를 드론 공격으로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요르단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와 아랍에미리트 알 루와이스 기지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 장비도 피해를 입었다. 레이더는 사드 체계의 ‘눈’이다. 최대 3,000km까지 탐지 가능한 AN/TPY-2 레이더 없이는 40~150km 고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사드의 기능 자체가 무력화된다.
특히 성주기지를 떠난 장비가 요격 미사일과 발사대인 반면, 레이더와 사격통제소는 기지에 남아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중동에 배치된 사드의 레이더가 파괴돼 새로운 발사대만으로 기존 레이더를 활용하거나, 아니면 추가 레이더 반출이 예정돼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미군이 패트리엇에 이어 사드까지 빼낸 것은 중동 방공망에 실제로 ‘구멍’이 났다는 방증이다.
마하 13 극초음속 미사일, 현 방어체계론 ‘막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란이 아직 ‘첨단 무기’를 꺼내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레자 탈라이에닉 이란 국방부 대변인은 3월 3일 “지금까지 첨단 무기들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장기전 준비를 공언했다. 이란이 2023년 공개한 극초음속탄도미사일 ‘파타흐'(Fattah)는 사거리 1,400km에 최고 속도 마하 13~15에 달한다. 작년 6월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아이언돔과 애로우 방공망을 뚫고 텔 아비브를 타격한 미사일이 바로 파타흐로 알려졌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아이언돔, 사드 등 지대공 방공체계가 마하 10 이상의 초음속미사일을 막아내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론”이라며 “이란의 극초음속미사일 기술에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더해지면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 예상돼, 미국이 이를 제거하기 위해 이란을 공습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이 드론으로 미국의 방공망을 소진시킨 뒤 극초음속 미사일로 결정타를 노리는 전략이라면, 미국이 사드를 긴급 증강하는 것도 사실상 ‘시간 벌기’에 불과할 수 있다.
한반도 방공 공백, ‘대북 억지 문제없다’지만
주한미군 사드 전량 반출은 한반도 방공망에 직접적인 공백을 의미한다. 사드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극초음속 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고고도에서 요격하는 마지막 방어선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3월 10일 국무회의에서 “주한미군이 자국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 방공무기를 반출하는 것에 반대하지만, 우리 의견대로 관철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라면서도 “대북 억지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동 사태 장기화 시 사드의 한반도 복귀가 지연되거나, 추가 반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작년(2025년) 주한미군 패트리엇 2개 포대가 반출됐다가 복귀한 선례가 있지만, 이번 사드 반출은 발사대 전량이라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게다가 성주기지 사드 재반입 시 지역 반발도 예상된다. 사드철회 평화회의는 3월 10일 “사드가 이 땅에서 사라지는 그날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재반입 저항을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