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들어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아 한국 수출이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반도체 단 하나의 품목이 전체 수출액의 3분의 1 이상을 책임지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세청은 11일, 이달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이 215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55.6% 증가한 수치이자, 종전 최대였던 지난 2월 1∼10일의 214억 달러를 한 달 만에 경신한 것이다.
조업일수가 작년 동기(5.5일)보다 하루 많은 6.5일로 늘어난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평균 수출액은 33억 달러로 31.7% 증가해 단순 조업일수 효과 이상의 실질 성장이 확인됐다.
반도체, 수출 전체를 ‘혼자’ 이끌다
이번 수출 호조의 핵심 동력은 단연 반도체다. 이 기간 반도체 수출액은 75억8천8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5.9% 급증했다. 1∼10일 통계 기준으로 역대 최대이며, 지난달 세운 직전 최고치 67억 달러를 단숨에 넘어섰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5.3%로, 1년 전보다 15.4%포인트(p)나 확대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이 이 같은 반도체 초강세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한다.
반도체 외에도 컴퓨터 주변기기(372.1%), 석유제품(44.1%), 승용차(13.9%) 등 주력 품목 대부분이 증가세를 기록했다. 반면 선박은 61.9% 감소하며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대만·중국·미국 ‘트리플 호조’…EU만 역주행
국가별로는 대만(126.8%), 중국(91.2%), 미국(69.9%), 베트남(62.4%) 등 주요 교역국으로의 수출이 일제히 급증했다. 대만과 중국으로의 수출 확대는 반도체·전자 부품 수요 증가와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대미 수출은 조업일수를 반영한 일평균 기준으로도 43.8% 늘어, 미국의 AI 및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 확대 수혜가 실수출 지표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유일하게 유럽연합(-6.4%)만이 경기 부진 여파로 수출이 줄었다.
무역수지 21억 달러 흑자…반도체 의존 심화는 ‘양날의 검’
같은 기간 수입액은 194억 달러로 21.7% 증가했다. 반도체(53.5%)와 반도체 제조장비(10.4%) 수입이 늘었고, 원유(-1.4%)와 가스(-6.4%) 등 에너지 수입은 소폭 감소했다. 수출이 수입을 웃돌면서 무역수지는 21억 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의존도가 35%를 넘긴 수출 구조를 두고 긍정과 우려가 교차한다고 분석한다.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는 국면에서는 수출 실적 극대화에 유리하지만, 반도체 경기가 꺾일 경우 전체 수출 지표가 급격히 흔들릴 수 있는 ‘집중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