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원대 담합을 저질러도 내부 직원 한 명의 신고로 회사가 무너질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불공정 기업 행위에 대한 신고 포상금 상한을 사실상 폐지하겠다는 구상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부정행위로 환수한 과징금에 대해 제한 없이 포상금을 주는 제도를 준비하고 있느냐”고 확인하며 강도 높은 경고를 쏟아냈다.
30억 상한 깨진다…과징금의 최대 30% 무제한 지급
현행 제도는 주가조작 신고 포상금 상한이 30억 원, 회계부정은 10억 원으로 고정돼 있다. 수천억 원대 대형 불공정거래를 신고해도 상한선에 막혀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신규 시스템은 이 상한을 전면 폐지하고, 환수된 부당이득 또는 과징금의 최대 30% 범위 내에서 포상금을 무제한 지급하는 방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25일 자본시장법 및 외부감사법 시행령 입법예고를 발표하며 제도화 절차에 착수했다.
“4조 담합 신고하면 포상금 400억”…대통령이 직접 계산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직접 제시하며 제도의 파급력을 강조했다. 4조 원 규모의 담합이 적발될 경우 4천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되고, 신고 직원은 그 10%인 400억 원까지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는 “기업 내부에서 누군가 시켜서 직원이 불공정 행위를 실행하지만, 언젠가 직원이 신고하면 수백억 원의 포상금을 받는다”며 “반드시 드러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위반 신고에 대해 우리 돈 3천억 원대 포상금을 지급한 사례가 있으며, 정부는 이를 벤치마킹한 연동 모델을 추진 중이다.
내부 가담자도 신고 가능…신변 보호·면책 기준은 ‘미정’
이번 제도의 핵심 설계 과제 중 하나는 직접 가담자의 신고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이 대통령은 “가담한 경우에도 포상금은 주면 좋겠다”면서도 “직접 가담자는 제3자 신고보다 포상금을 좀 깎아주는 것을 고민하라”고 지시했다. 신고자 면책·감면 제도를 명확히 규정해 내부고발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제도 실효성에 대해 신중한 시각을 유지한다. 관계 부처 협의와 국회 입법 절차가 남아 있고, 내부고발자의 신변 보호 체계와 포상금 지급 재원의 지속 가능성 문제가 아직 미결 쟁점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환수 과징금 일부를 별도 기금으로 조성해 부정행위 적발 사업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이 대통령은 “협박이 아니라 선의로 알려드리는 것”이라며 “불공정·부정거래를 통해 이익 얻겠다는 생각은 아예 버려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