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터당 200원 올린 곳 어디냐”… 정부, 미친 기름값 잡으려 꺼내 든 ‘초강수’ 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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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가격 상승 제재
4일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주유소/출처-연합뉴스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하루 만에 수십 원씩 치솟으며 정부가 초강수 대응에 나섰다. 중동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한 불안 심리가 주유 수요 급증으로 이어지면서 일부 주유소에서 리터(L)당 200원 가까이 가격을 올린 사례도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L당 29.6원 오른 1,807.1원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2022년 8월 12일(1,805.9원) 이후 약 3년 7개월 만이다. 경유 가격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해 하루 만에 56.5원 급등한 1,785.3원을 기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아직 객관적으로 심각한 차질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폭등했다”며 “아침 점심 저녁 가격이 다 다르고, 리터당 200원 가까이 올린 곳도 있다고 들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석유사업법 제23조에 따른 최고가 지정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검토 중이다.

하루 만에 최대 60원 급등… 3년 7개월 만에 1,800원 돌파

휘발유 가격 상승 제재
5일 서울의 한 주유소/출처-연합뉴스

서울 지역의 가격 상승폭은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31.8원 오른 1,874.4원, 경유는 61.4원 상승한 1,865.4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급등이 통상적인 국제유가 전이 패턴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한다. 국제유가 변동은 보통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지만, 이번에는 중동 지역의 공급 차질 우려만으로 시차 없이 가격이 치솟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유사가 공급하는 물량에는 이란 사태 영향이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가격 상승을 우려한 수요가 늘면서 일부 주유소가 선제적으로 가격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침 점심 저녁 가격이 다 달라”… 정부, 최고가 지정 검토

휘발유 가격 상승 제재
이재명 대통령/출처-뉴스1

정부는 비정상적 가격 급등에 강력 대응하기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석유사업법 23조에 보면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 최고 가격을 지정하도록 돼 있다”며 “오늘 오후 가격을 점검해 높은 경우 고시를 통해 최고가를 지정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고가 지정 방안은 정부가 주유소 휘발유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설정하는 조치다. 한국주유소협회는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오르는 부분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주유소의 경영 여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을 제기했다. 주유소는 통상 정유사 공급 가격에 4~5% 수준의 마진을 더해 소비자 판매 가격을 정하는데, 협회 측은 “이번 검토안은 사실상 가격 고시제에 가까운 방식으로 기존 알뜰 주유소 정책보다 더 강력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주유소·정유사 “현실적 어려움”… 가격 통제 실효성 논란

정유업계는 정부의 가격 관리 검토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내 주유소 대부분이 정유사 직영이 아닌 자영업 형태로 운영되는 만큼 정유사가 소매 판매 가격을 직접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가격 관리에 나설 경우 정유사가 공급가를 인상 요인보다 낮게 책정하거나 유통 마진을 줄이는 방식으로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에너지 시장 전문가들은 가격 통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가 공급 물량을 늘린다고 해도 소매 가격에 당장 반영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협회는 과거에 주유소 마진을 감안해서 가격을 지정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며 “현실적인 경영 여건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유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 원유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최고가 지정 조치가 실제 시행될지, 그리고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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