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6㎜. 시간당 강수량이 아니다. 지난 겨울 3개월간 전국에 내린 비의 총량이다. 기상청이 4일 발표한 겨울철 기후특성에 따르면, 2025년 12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전국 강수량은 평년(89.0㎜)의 절반 수준인 53%에 그쳤다. 현대적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53년 내 하위 7번째로 적은 양이다.
특히 1~2월 누적 강수량은 21.5㎜로 역대 세 번째로 적었다. 1월 강수량은 4.3㎜에 불과해 평년의 19.6% 수준으로 역대 하위 2위를 기록했다. 강수일수는 14.6일로 평년보다 4.8일 적었고, 상대습도는 58%로 평년 대비 4%포인트 낮아 하위 5위에 머물렀다. 겨울 내내 건조한 대기가 지속됐다는 의미다.
이상 기후의 배후에는 베링해 부근의 블로킹 현상과 열대 서태평양의 활발한 대류 활동이 있었다. 이 영향으로 한반도 북동쪽 상층에 저기압성 순환이 발달하며 건조한 북서풍이 유입됐고, 강수 활동이 억제됐다. 기상 전문가들은 현재 태평양이 약한 라니냐에서 중립 상태로 전환 중이며, 향후 엘니뇨로 바뀔 가능성도 35~45% 수준이라고 분석한다.
전국 모든 권역서 평년의 절반 이하
지역별로도 강수량 부족은 전국적이었다. 서울·인천·경기는 49.9㎜, 강원 42.0㎜, 충북 40.3㎜를 기록했다. 대구·경북은 29.3㎜로 평년 대비 41.1%에 그쳐 가장 심각했다. 부산·울산·경남 44.8㎜, 전북 57.4㎜, 광주·전남 64.2㎜, 제주 88.7㎜(평년 대비 48.1%)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이 평년의 절반 안팎에 머물렀다.
눈은 자주 내렸지만 양은 적었다. 눈일수는 14.5일로 평년(15.9일)과 비슷했으나, 적설량은 14.7㎝로 평년 26.4㎝의 절반 수준이었다. 서울 21.6㎝, 청주 17.9㎝였으며, 포항과 울산은 적설이 아예 관측되지 않았다. 반면 목포는 61.7㎝로 평년보다 19.4㎝ 많아 지역 편차가 컸다.
해수면 온도는 10년 내 2위 기록
주변 해역의 평균 해수면 온도는 12.9도로 최근 10년 중 두 번째로 높았다. 남해 16.3도, 동해 14.4도, 서해 7.9도로 최근 10년 평균보다 약 0.2도 높은 상태를 유지했다. 해수면 온도 상승은 대기 순환 패턴 변화에 영향을 미치며, 장기적으로 강수 분포의 불규칙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
기온은 평년보다 높았으나 변동폭이 컸다. 겨울철 전국 평균기온은 1.1도로 평년(0.5도)보다 0.6도 높았다. 12월은 2.4도로 평년보다 1.3도 높았고, 2월은 2.7도로 1.5도 높았다. 반면 1월은 1.6도로 평년보다 0.7도 낮아, 특히 하순에는 북극 찬 공기 유입으로 열흘 이상 추위가 이어졌다.
봄철 가뭄과 산불 위험 고조 전망
이번 겨울의 극심한 건조는 봄철 가뭄과 산불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상 전문가들은 “ENSO 현상의 위상 전환으로 대기-해양 조건이 불안정해지면서 2026년 봄·여름 극단적 기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강수량 부족으로 토양 수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봄 파종기를 맞이할 경우 농업 부문에 직접적 타격이 예상된다.
수자원 관리도 비상이다. 봄 가뭄이 장기화하면 댐 저수율 하락과 상수도 공급에 차질이 우려된다. 건조한 대기가 지속될 경우 산림청의 봄철 산불 주의보 발령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대형 산불 발생 위험이 커질 전망이다.
53년 만의 건조한 겨울은 단순한 기상 이변이 아니라 기후변화의 복합적 신호다. 강수량 감소와 해수면 온도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는 현상은 향후 더욱 불규칙한 기후 패턴을 예고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봄철 가뭄 대비 용수 확보, 산불 예방 체계 강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