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멈췄는데 기계는 산다?”… 반도체 기업들이 41% 투자 늘린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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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설비투자 증가
경기도 평택항/출처-연합뉴스

전산업 생산이 석 달 만에 감소했지만,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4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특히 반도체 제조용 장비 투자가 41.1% 급증하며 현재와 미래가 정반대 신호를 보내는 상황이다. 국가데이터처가 4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은 지표별로 극명하게 엇갈린 흐름을 드러냈다.

1월 전산업생산 지수는 114.7(2020년=100)로 전월 대비 1.3% 감소했다. 작년 11월과 12월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이다가 다시 꺾인 것이다. 반도체 생산이 -4.4%로 떨어진 영향이 컸다. 작년 11월(6.9%), 12월(2.3%) 급증 이후 세 달 만의 조정이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작년 9월 피크 이후 물량 증가가 제한됐다”며 “최근 수출 증가는 가격 효과가 컸다”고 설명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으로 수출 단가는 오르고 있지만, 생산량 자체는 정체 국면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생산 줄었는데 투자는 ‘폭증’…기업들의 속내는?

기업 설비투자 증가
출처-국가데이터처, 뉴스1

흥미로운 건 기업들의 투자 행보다. 설비투자지수는 6.8% 증가하며 작년 9월 이후 4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그중에서도 반도체 제조용 기계 투자는 41.1%나 뛰었다. 당장의 생산은 줄었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는 오히려 공격적으로 늘린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대비한 선제적 투자로 해석한다. 3나노·5나노 등 차세대 공정 전환과 AI 반도체 수요 대비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등 운송장비 투자도 15.1% 늘어나며 전체 설비투자 회복을 견인했다.

건설 ‘지금’과 ‘미래’도 극과 극

건설 지표는 더욱 극명한 괴리를 보였다. 실제 시공 실적인 건설기성은 11.3% 급감했다. 2012년 1월(-13.6%) 이후 14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 현장 상황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하지만 향후 경기를 가늠하는 건설수주는 35.8% 급증했다. 5개월 만의 최대 증가 폭이다. 주택 건축과 철도 토목 수주가 동시에 늘면서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두원 심의관은 “현재 업황은 부진하지만, 수주가 3개월 연속 증가하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건설수주는 3~6개월 후 기성으로 반영되는 만큼, 2~3월부터는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소비는 양호…중동 변수가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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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마트/출처-연합뉴스

내수 지표는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소매판매액 지수는 2.3% 증가하며 두 달 연속 상승했다. 한파와 할인행사로 의복(6.0%), 통신기기(2.3%), 화장품(0.9%) 판매가 고루 늘었다. 특히 통신기기는 KT 해킹 사고에 따른 위약금 면제 조치로 번호이동과 기기 교체 수요가 겹치며 증가세를 이끌었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는 보합을 나타냈고, 앞으로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는 0.7포인트 상승했다. 정부는 전반적인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동 정세가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면 내수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사태가 장기화되면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로 수출도 타격받을 수 있다”며 “파급효과를 관계기관과 면밀히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현재의 엇갈린 지표들이 중동 리스크 전개 양상에 따라 어느 쪽으로든 명확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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