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세계 10위권 규모지만, 원화는 여전히 ‘신흥국 통화’ 취급을 받고 있다. 정부가 이런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27일 원화 국제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추진에 나섰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4개 기관이 한자리에 모여 “원화의 진짜 가치를 국제 금융시장에서 인정받겠다”는 목표를 천명했다.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발족 회의에서 “한국 경제의 위상에 비해 원화 가치가 국제적으로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원화 국제화를 외환·금융시장 도약의 핵심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각종 제도 개선 과제를 담은 종합 로드맵은 상반기 중 확정 발표된다.
접근성·안정성·활용처 ‘3박자’ 개선
회의에서는 외국인의 원화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원화의 안정성 및 활용처를 확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지목됐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제도 도입이 논의되는 스테이블코인이 원화 활용 확대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부는 디지털 통화가 기존 달러 중심 결제망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보다는 특정 분야에서 보완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e-CNY)로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을 펼치는 가운데, 한국도 한국은행의 도매형 CBDC 실험과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병행하며 디지털 금융 표준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MSCI 선진국 편입 ‘속도전’… 1분기에 과제 절반 이상 실행
같은 날 열린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추진 TF’ 회의에서는 더욱 구체적인 일정이 공개됐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39개 과제 중 이미 13건을 추진했으며, 다음 달까지 9건을 추가로 진행해 1분기 중 전체의 절반 이상인 22건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MSCI는 매년 전 세계 증시를 선진시장·신흥시장·프론티어시장·독립시장 등 4개 그룹으로 분류한다. 현재 한국은 신흥시장에 머물러 있지만, 정부는 올해 6월 발표되는 연례 시장 분류에서 선진시장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으로 올라가고, 내년 6월 최종 편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MSCI 선진 지수에 편입되면 글로벌 자금 유입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투자 불편 해소… 채권 결제시간 2시간 반 연장
한국은 4월부터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된다. 외국인의 국채·채권 투자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부는 투자 과정에서의 불편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한국은행과 예탁결제원은 증권대금동시결제(DvP) 마감 시간을 현재 오후 5시 20분에서 오후 7시 50분으로 2시간 30분 연장한다. 3월 30일부터 본격 시행하며, 시행 1주일 전 2~3일간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의 채권 결제자금 송금시한을 외환동시결제(CLS) 마감 시간인 오후 6시 이후로 확대하고, 예탁결제원은 3월 16일부터 국채통합계좌 결제예정 수량을 사전 조회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한다. 국제예탁결제기구(ICSD) 코레스은행의 결제수요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금융 전문가들은 “원화 국제화는 단순한 금융 개선이 아니라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격상시키는 전략적 과제”라며 “다만 환율 변동성 확대, 자본 이동 규제 완화에 따른 리스크 관리체계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 차관은 “로드맵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과제별 추진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제도의 원활한 도입과 안착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