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이 오르고 있다. 2025년 12월 출생아 수는 2만3천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9.6% 증가했다. 2024년 7월부터 시작된 증가세는 18개월째 이어지고 있으며, 4분기 기준으로도 7분기 연속 상승했다. 저출산 위기 속에서 반가운 소식이지만, 근본적 해결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출생아가 늘어나는 동안 고령층 사망자는 9만3천명에 달해, 인구는 여전히 3만명 자연감소했기 때문이다.
국가데이터처가 25일 발표한 ’12월 인구동향’을 보면, 출산 증가의 이면에는 복잡한 구조적 변화가 숨어 있다. 2025년 12월 출생아 수는 2019년 같은 달(2만1천228명)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4분기 출생아 수도 6만2천664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4.9% 늘었다. 합계출산율도 12월 기준 0.74명, 4분기 기준 0.78명으로 상승했다. 수치만 보면 “출산율 반등”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30대 후반이 이끄는 ‘지연 출산’ 현상
증가세의 주역은 30대 후반 여성이다. 2025년 4분기 35~39세 출산율은 51.7명으로, 2015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전년 동기보다 4.7명 늘어난 수치다. 12월 기준으로도 이 연령대는 전년 동월 대비 6.4명 증가해 가장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30대 초반(30~34세)도 4.3명 늘었다. 반면 20대 후반은 1명, 24세 이하는 0.1명 증가에 그쳤다.
이는 출산 연령 고령화 현상으로 해석된다. 과거 20대 중반에 집중됐던 출산이 30대 후반으로 밀린 것이다. 학력 상승과 경력 단절 회피, 주거비 부담 등으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다 30대 후반에 몰아서 낳는 현상이다. 이는 긍정적 신호인 동시에 위험 신호이기도 하다. 고령 임신은 모성 건강 리스크를 높이고, 둘째·셋째 출산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정책 효과와 혼인 증가의 동반 상승
출산 증가세는 혼인 증가와 맞물려 있다. 2025년 12월 혼인 건수는 2만5천527건으로 전년 동월보다 13.4% 늘었다. 2024년 4월부터 시작된 혼인 증가세는 21개월째 지속 중이다. 4분기 혼인 건수는 6만4천192건으로 2019년 4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혼인은 출산의 선행지표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 흐름이 지속되면 향후 출생아 수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도 일정 부분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4년부터 강화된 육아수당 확대, 남성 육아휴직 급여 인상, 보육료 지원 등이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시켰다는 평가다. 영유아 세액공제와 출산 지원금이 경제적 유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재정 부담 증가와 정치적 변수가 정책 일관성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감소 3만명, 인구 구조의 근본 한계
출산 증가에도 불구하고 인구는 줄었다. 2025년 4분기 사망자 수는 9만3천44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5% 증가했다. 출생아 수(6만2천664명)를 3만명 이상 초과한다. 고령층 사망 규모가 워낙 커서 출산 증가분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는 구조다. 12월 기준으로도 사망자 3만2천536명에 출생아 2만3천명으로, 자연감소는 1만2천533명에 달했다.
인구 감소는 지방 소멸과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30대 후반 출산율 상승은 서울·수도권에 집중된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지역 간 출산율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출생아 수 증가는 긍정적이나, 절대 수치(월 2만3천명)는 여전히 저수준이다.
18개월 연속 증가는 분명 희망적 신호다. 하지만 30대 후반 중심의 지연 출산, 고령층 사망 증가로 인한 자연감소 심화는 한국 인구 구조의 근본적 한계를 보여준다. 출산율 반등이 일시적 통계 개선에 그치지 않으려면, 청년층의 결혼·출산 연령을 낮추고 둘째·셋째 출산을 유도하는 장기적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이 통계상 증가를 만들었지만, 이것이 인구 붕괴의 근본 처방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