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33년 분석의 결론… “인간과 AI, 투자의 승패는 ‘이곳’에서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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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펀드매니저 거래 예측
미국 증시 현장/출처-연햅뉴스

인공지능이 펀드매니저의 매매 결정 10건 중 7건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시장의 상식을 깨고 약진하는 종목을 찾아내는 나머지 3건은 여전히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았다. 월가에서 ‘AI 대체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번 연구는 펀드 업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로렌 코헨 교수팀은 1990년부터 2023년까지 33년간의 실제 펀드 매매 기록을 AI에 학습시킨 결과를 최근 논문으로 공개했다. 이 모델의 예측 정확도는 71%에 달했으며, 특히 일부 매니저의 경우 특정 분기 거래 판단 거의 전부를 맞출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패턴은 읽어도 ‘혜안’은 못 따라해

AI, 펀드매니저 거래 예측
출처-연합뉴스

AI가 특히 강점을 보인 영역은 시장 흐름에 따른 ‘루틴’한 매수·매도·보류 판단이었다. 변동성이 크지 않고 특이점이 없는 상황에서 AI의 예측률은 더욱 높아졌다. 반면 예측이 빗나간 나머지 29%는 주로 시장의 통념과 패턴을 깨고 약진하는 ‘아웃퍼폼’ 종목을 둘러싼 의사결정이었다.

연구진은 펀드 환경에 따라 AI 예측 정확도에 차이가 있음도 발견했다. 운용 인력이 많고 대내외 경쟁이 치열한 대형 펀드는 평균보다 예측 정확도가 낮았다. 반면 펀드매니저가 여러 상품을 운용하거나 장기간 근무하는 경우에는 정답률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수료 논란에 기름 부은 연구

블룸버그는 이번 연구가 펀드 업계의 수수료 논란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많은 고객이 액티브 투자의 높은 수수료에 불만을 제기하며 저가의 패시브(인덱스) 펀드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펀드 업계는 이에 맞서 독창적 전략을 통한 ‘알파'(시장 평균 초과수익) 창출을 강점으로 내세우지만, 이번 연구는 펀드 성과의 상당 부분이 AI로 대체 가능한 패턴 기반 대응에서 나온다는 점을 보여줬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결과를 두고 “펀드 성과의 많은 부분이 시장 흐름을 타는 뻔한 대응이 아니냐”는 지적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액티브 펀드가 부과하는 높은 운용 수수료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은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가치 재조정의 시작점”

AI, 펀드매니저 거래 예측
증시 지수 그래프 전광판/출처-연합뉴스

그러나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AI의 완전한 승리’로 해석하지 않았다. 코헨 교수는 블룸버그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AI가 내다보기 어려운 투자 판단 업무는 인간 고유의 숙련도가 적용되는 영역이며, 이는 실제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이런 업무의 비중은 전체 대비 작으며, 이번 연구는 인간 매니저를 몽땅 AI로 대체할지 여부보다는 가치가 높은 업무에 대한 가치 재조정(repricing)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이 연구가 월가에서 AI가 여러 업무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현 상황에서, 남들이 보지 못한 정보와 맥락에 주목해 유망주를 찾고 알파를 구현하는 ‘인간 펀드매니저’의 진정한 가치를 재조명하는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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