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370조원 선을 가볍게 넘어서며 ‘초고속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순자산 총액은 374조3,611억원으로 집계됐다.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1월 6일 300조원을 처음 돌파한 뒤, 50일도 안 돼 74조원이 추가로 유입된 셈이다.
더 주목할 점은 자금 흐름의 ‘방향 전환’이다. 작년(2025년)까지만 해도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 추종 ETF에 열광했다. ‘TIGER 미국S&P500’이 3조6,387억원으로 개인 순매수 1위를 차지했고, 상위 5개 종목 중 3개가 미국 관련 상품이었다. 하지만 올해(2026년) 들어 판도가 완전히 뒤집혔다. 국내 코스닥 ETF가 개인 순매수 명단 1, 2위를 석권하며 미국 ETF를 3위 이하로 밀어냈다.
코스닥 ETF, 연초부터 ‘342%’ 폭발적 성장
연초 이후 순자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ETF는 ‘KODEX 코스닥150’이다. 5조6,000억원가량 불어났고, 증가율은 무려 342.1%에 달한다. 개인 투자자 순매수 규모도 3조원을 훌쩍 넘어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인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도 1조7,0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이 같은 자금 쏠림 현상은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코스피가 6,000선을 돌파한 상황에서 추가 상승 여력은 코스닥에 더 크다는 판단이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됐다”며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맞물려 코스닥 ETF로 자금이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밸류업 관련 ETF 13종목의 순자산은 1조7,000억원으로, 설정 시점 대비 255.3% 급증했다.
미국 ETF 왕좌 내준 ‘TIGER 미국S&P500’
작년까지만 해도 국내 ETF 중 순자산 1위를 지켰던 ‘TIGER 미국S&P500’은 지난달 28일 ‘KODEX 200’에 왕좌를 내줬다. 현재 기준 KODEX 200의 순자산은 18조원을 넘어섰고, TIGER 미국S&P500은 14조6,000억원으로 2위에 머물고 있다. 두 상품 간 순자산 격차는 하루가 다르게 벌어지는 추세다.
KODEX 200 역시 연초 이후 5조5,000억원 이상 순자산이 증가하며 국내 주식형 ETF의 강세를 입증했다. 개인 투자자 순매수 규모에서도 1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4위에 올랐다. 반면 작년 개인 순매수 1위였던 TIGER 미국S&P500은 올해 1조3,000억원으로 3위에 그쳤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되고 국내 증시의 모멘텀이 강화되면서, 투자자들이 해외보다 국내 시장에 베팅하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20대가 레버리지 ETF 1위 보유층으로
연초 이후 ETF 일평균 거래량은 약 3배 급증했고, 2월 평균 거래 규모는 1,302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7배 폭증했다. 특히 레버리지 ETF에 대한 젊은 층의 선호도가 두드러진다.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의 최대 보유층은 20대(29%)로, 40대(26%)를 제쳤다. 이는 청년층이 단기 차익 실현을 목표로 고위험 상품에 과감히 투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장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운용보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KODEX 코스닥150(연 0.25%)과 TIGER 코스닥150(연 0.19%)의 보수 차이는 0.06%포인트에 불과하지만, 10년 투자 시 이 차이가 수백만 원 단위로 누적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자산운용 전문가들은 “단기 매매가 아닌 장기 보유 전략이라면 저비용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운용사별로는 삼성자산운용이 151조원 규모로 약 4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독주하고 있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18조원으로 뒤를 잇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이날 기준 순자산 11조원을 넘어서며 신규 ’10조원 클럽’에 입성했다. 3월에는 국내 최초 코스닥 액티브 ETF 3종이 동시 상장될 예정으로, ETF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