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반도체 누가 만드나”… 삼성·SK도 못 막은 ‘인재 이탈’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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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고려대 계약학과 144명 등록 포기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 2026 대입 정시모집 대비 진학설명회/출처-뉴스1

대기업 취업이 보장된 명문대 학과를 포기하는 수험생이 급증하고 있다. 2026학년도 연세대와 고려대 계약학과 합격자 중 144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전년 103명보다 39.8%(41명) 늘어난 수치다.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SK하이닉스가 억대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기업 여건이 좋은 상황에서 나타난 이례적 현상이다.

계약학과는 입학과 동시에 해당 기업 취업이 보장되고 장학금 등 재정 지원을 받는다. 그럼에도 합격자들이 대거 이탈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전문가들은 서울대나 의약학 계열로의 중복 합격 때문으로 분석한다. 청년들의 진로 선택 우선순위에서 ‘대기업 정규직’보다 ‘의사·약사 등 전문직’이 더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도체 명가도 외면받았다

연세대 고려대 계약학과 144명 등록 포기
출처-연합뉴스

이탈 현황을 살펴보면 그 심각성이 드러난다.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삼성전자 연계)는 32명 모집에 62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전년 42명보다 47.6% 증가한 수치로, 최초 합격자 대부분과 추가 합격자까지 연쇄 이탈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려대 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 연계)는 15명 모집에 37명이 포기해 전년 대비 76.2% 급증했다.

LG디스플레이와 연계된 연세대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는 등록 포기자가 6명으로 전년의 2배 수준이다. 고려대 차세대통신학과(삼성전자)는 12명(9.1% 증가), 스마트모빌리티학부(현대자동차)는 27명(3.8% 증가)이 각각 등록을 포기했다. 모집 정원이 85명인데 이탈자가 144명이라는 것은 합격자의 약 1.7배가 떠났다는 의미다.

의대 쏠림, 구조적 문제로 고착화

연세대 고려대 계약학과 144명 등록 포기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의과대학/출처-뉴스1

종로학원은 “계약학과 기업들의 경기 상황이 좋은데도 정시 합격자들이 등록을 포기하는 이례적 상황”이라며 “서울대 또는 의·치·한·약대 중복 합격으로 빠져나갔을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최상위권 수험생들 사이에서 의약학 계열 선호도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이는 단순한 ‘의대 열풍’을 넘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한다. 대기업 정규직조차 평생 고용이 보장되지 않고, 기술 변화에 따른 직업 안정성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의사·약사 등 전문 자격증 기반 직업이 더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억대 성과급 소식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선택은 달랐다. 성과급은 일시적이지만 의사 면허는 평생 자산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교육정책과 산업계의 과제

연세대 고려대 계약학과 144명 등록 포기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정문/출처-뉴스1

이번 현상은 계약학과 제도의 한계를 드러낸다. 기업의 재정 지원과 취업 보장만으로는 최상위 인재 유치가 어렵다는 신호다. 대학과 기업은 계약학과의 장기적 경력 경로, 연구 기회, 사회적 위상 제고 등 근본적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의대 쏠림 심화가 국가 산업 경쟁력에 미칠 영향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 등 주력 산업 분야에 최고 인재들이 진입하지 않는다면 중장기적으로 기술 혁신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 인력 수급 정책과 함께 이공계 전반의 사회적 보상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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