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만든 차는 안 받겠다?”… 유럽연합이 꺼내 든 ‘독한 카드’의 정체

댓글 0

EU 역내 생산 정책 강화
EV2/출처-기아

현대자동차그룹이 2조원을 투입해 건설한 울산 전기차(EV) 전용공장이 본격 가동을 앞둔 시점에 유럽연합(EU)이 ‘역내 생산 의무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에 이어 EU마저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면서, 국내 생산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려던 현대차·기아의 전략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역내 생산 비율 70% 이상’ 기준을 검토 중이다.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이 2019년 0.5%에서 지난해 11월 12.8%로 급증하자, 2024년 부과한 최대 45.3% 관세가 효과를 보지 못하자 꺼낸 ‘2차 방어선’이다.

현대차·기아는 2014년 유럽 진출 이후 누적 91만 5,996대를 판매하며 올해 100만 대 돌파를 눈앞에 뒀지만, 아이오닉 5·6·9과 EV3·5·9 등 주력 모델 대부분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구조다. 체코·슬로바키아 공장은 일부 모델만 담당해, 역내 생산 의무화 시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

EU·미국 보호주의의 ‘완벽한 타이밍’

EU 역내 생산 정책 강화
EV2/출처-기아

현대차가 직면한 위기는 미국과 EU의 정책 변화가 동시다발로 터졌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미국은 전기차 세제 지원을 축소하고 내연차 연비 규제를 완화하며 EV 시장 자체를 위축시켰다. 실제로 지난해 대미 전기차 수출은 전년 대비 86.8% 급감했고, 울산 1공장 12라인은 12차례나 가동을 멈췄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집계 결과다.

EU 역시 당초 2035년 내연차 완전 금지 계획을 철회하고 e-Fuel 등 10% 예외를 허용하며 정책 후퇴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자국 산업 보호’만큼은 오히려 강화하는 모습이다. 대덕대 이호근 교수는 “고정비 부담이 큰 자동차산업 구조에서 보조금 없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며 “현지 생산 압박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 기반의 효율성을 근본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2조원 투자 울산 공장, 가동 전 먹구름

EU 역내 생산 정책 강화
현대차 울산 EV 전용공장 조감도/출처-현대차, 뉴스1

현대차는 올해 1분기부터 연간 20만 대 규모의 울산 EV 전용공장 가동에 들어간다. 54만 8,000㎡(약 16.6만 평) 부지에 약 2조원을 투입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기아 역시 광명·화성 공장에 전기차 전용 ‘이보(EVO) 플랜트’를 구축하며 생산 기반을 확장했다. 문제는 이들 공장이 ‘수출’을 전제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 규모는 22만 대 수준에 불과한 데다, 내수마저 중국산에 잠식당하는 중이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은 34%로 폭증한 반면, 국산 점유율은 2022년 75%에서 57.2%로 추락했다.

테슬라 모델Y(중국 생산)는 5만 397대가 팔리며 26.6%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보조금 적용 시 4,000만 원대 후반에 구매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이 주효했다. 지난해 초 한국 시장에 진출한 중국 BYD는 첫해 6,153대를 팔아 브랜드 점유율 12위에 올라섰다.

‘한국판 IRA’ 논의만… 단기 효과는 ‘글쎄’

EU 역내 생산 정책 강화
현대차·기아 전기차 시장/출처-연합뉴스

업계는 ‘한국판 IRA’로 불리는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을 요구한다. 국내에서 최종 생산한 제품에 세액공제를 제공해 내수 시장에서라도 국산 전기차 판매를 촉진하자는 취지다. 정부는 올해 7월 세법 개정안을 통해 구체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제도 설계와 법 개정 절차를 고려하면 단기간 내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보조금 의존에서 벗어나 근본적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는 이미 자국 생태계를 지키는 실리 전략을 펼치는 중”이라며 “보조금 지급 조건에 탄소 총 배출량 등 정교한 항목이 더해진다면 국산 경쟁력 방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산업의 높은 고용 유발효과를 고려할 때, ‘한국판 IRA’를 특정 기업 지원이 아닌 고용 유지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내 대규모 생산 기지 건설 등 현지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국내 공장 가동률 유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0
공유

Copyright ⓒ 이콘밍글.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