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의 강자 토요타가 20년 넘게 북미 시장을 지켜온 패밀리 SUV 하이랜더를 순수 전기차로 전환한다.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옵션을 완전히 폐기하고 2027년형부터 전기 모델로만 판매하는 파격 결정이다. 2026년 말 미국 시장 출시 예정인 신형 하이랜더는 3열 7인승 구조에 4만8,000달러(한화 약 6,910만원)부터 시작하는 가격표를 달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기존 가솔린 모델(4만7,070달러)과 하이브리드 모델(4만8,820달러)과 거의 동일한 가격대를 유지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토요타의 전략으로 해석된다. 경쟁 모델인 기아 EV9(5만4,900달러), 현대 아이오닉9(5만8,955달러)과 비교하면 각각 6,900달러, 1만955달러 저렴해 대중적 가격대 3열 전기 SUV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미국 현지 생산 첫 토요타 전기차
하이랜더 전기차는 토요타가 미국에서 생산하는 첫 번째 전기차다. 켄터키 공장에서 조립되며 배터리팩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공급받는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내 북미 최종조립 및 배터리 북미 공급 조건을 충족해 7,500달러의 연방 세액공제 적격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토요타가 미국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 2종은 전량 일본 수입이다.
차량 크기는 전세대 대비 전장이 99mm, 전폭이 58mm 증가한 5,050×1,989mm로 확대됐다. 전고는 20mm 낮아져 공기역학적 효율성을 높였다. 파워트레인은 싱글모터(전륜) 221마력과 듀얼모터(사륜) 338마력 두 가지로 구성되며, 배터리는 77.0kWh와 95.8kWh 옵션이 제공된다.
주행거리 515km, 30분 급속충전
EPA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95.8kWh 듀얼모터가 514km, 77.0kWh 듀얼모터 434km, 77.0kWh 싱글모터 461km로 측정됐다. DC 고속충전 시 10-80% 충전에 약 30분이 소요되며 북미 표준 충전 규격(NACS)을 기본 적용해 테슬라 슈퍼차저 네트워크 접근이 가능하다. 토요타 전기차 최초로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탑재해 외부 전력 공급도 지원한다.
안전 기술로는 세이프티 센스 4.0이 최초 적용됐다. 충돌 방지 보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로 추적 보조가 기본 제공되며, 배터리 프리컨디셔닝 기능으로 겨울철 충전 효율을 개선했다. 듀얼모터 선택 시 멀티터레인 셀렉트와 크롤 컨트롤 같은 오프로드 전용 기능이 추가된다.
3열 전기 SUV 시장 경쟁 본격화
미국 3열 7인승 전기차 시장은 현대-기아 연합, 테슬라, 볼보, 캐딜락, 루시드 등 소수 제조사가 점유하고 있었다. 토요타의 진입으로 대중적 가격대에서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토요타는 2026년까지 하이랜더를 포함해 총 6종의 전기차를 미국 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하이브리드 선호 전략을 고수하던 토요타가 대형 SUV 주력 모델을 순수 전기로 전환한 것은 북미 전동화 시장에서의 본격적인 경쟁 참여를 의미한다. 익숙한 모델명에 가솔린 동급 가격, 미국 현지 생산이라는 조합이 소비자 저항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