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설 연휴를 앞두고 한국 경제의 양극화된 민낯이 드러났다.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 대기업들이 지난해 실적 개선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사이, 중소기업 직장인들은 상여금조차 받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제자리, 성과급은 꿈도 못 꾸는 현실이다.
12일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 819개 중소기업 중 설 상여금 지급을 계획한 업체는 46.8%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40.2%는 아예 지급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13.0%는 지급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상여금을 준다 해도 평균 59만 3,000원, 정률로는 기본급의 50%에 불과해 체감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설 자금 2억 필요한데… 2,630만원 ‘구멍’
중소기업들의 설 자금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2026년 중소기업 설 자금 수요조사 결과, 평균 2억 270만원의 설 자금이 필요하지만 실제 부족액은 평균 2,63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설 대비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고 답한 기업은 29.8%로 ‘원활하다'(19.9%)를 10%포인트 가까이 웃돌았다.
자금난의 근본 원인은 매출 부진이다. 설 자금 조달이 어렵다고 답한 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이 ‘판매(매출) 부진’을 1순위로 꼽았다. 여기에 원·부자재 가격 상승(44.3%)과 인건비 상승(32.4%)이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경기 둔화로 매출은 줄어드는데 고금리와 원가 상승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결과다.
납품대금 조기 회수·결제 연기로 버티는 현실
중소기업들은 부족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납품대금 조기 회수(58.0%)가 가장 많았고, 금융기관 차입(42.5%), 결제 연기(32.9%)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은 단기 유동성 확보에 불과한 미봉책일 뿐, 장기적으로는 거래처 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욱 심각한 것은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답한 기업이 18.4%나 된다는 점이다. 중소기업 10곳 중 2곳은 극한 상황에 내몰렸다는 의미다. 자동차부품 중소기업 임원은 “상여금을 챙겨주려 해도 설 자금이 지난해보다 더 빠듯하다”며 “수출이 부진한데 원자잿값은 계속 오르고 있어 당분간 어려움이 계속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대기업과 13.8%포인트 격차… 양극화 심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의 71.1%가 설 상여금 지급을 계획한 반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57.3%에 그쳤다. 13.8%포인트의 격차는 대기업의 수출 회복이 중소기업까지 파급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 여건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김희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최근 금융기관을 통한 조달 환경이 개선됐음에도 중소기업 다섯 곳 중 한 곳은 여전히 뚜렷한 자금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은행 차입 시 높은 대출금리(63.4%)와 대출한도 부족(38.4%)이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올해 설 연휴, 중소기업 직장인들의 주머니 사정은 여전히 춥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