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에 경기불황까지 겹쳤다
패션 대기업 실적 줄줄이 뒷걸음질
삼성, 내실경영·브랜드 강화로 반격 준비
“봄옷은커녕, 여름옷부터 팔아야겠어요.”
봄이 왔지만 소비자들의 지갑은 열리지 않았고,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았다. 패션업계가 올해 1분기에도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만 했다.
봄장사 망쳤다…기후가 매출을 꺾었다
백화점과 대형 패션업체들은 올해 2~3월, 전통적인 봄 간절기 시즌임에도 매출 성장세를 거의 이루지 못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고작 1% 안팎 오르는 데 그쳤고, 롯데백화점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특히 봄옷의 중심인 남성·여성복뿐 아니라 유아동, 아웃도어, 스포츠웨어 등 거의 모든 패션 카테고리가 동반 부진을 기록했다.
이는 단지 소비심리 악화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2월은 최근 10년 사이 가장 추운 평균기온을 기록했고, 3월에도 눈 내림과 기온 급강하가 반복되며 이상기후가 이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옷을 사러 나설 타이밍 자체가 없었다”며 날씨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를 실감했다고 전했다.

패션업계 ‘빅5’ 기업 중 삼성물산 역시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했다. 하지만 삼성은 패션 산업 전반의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정면 돌파 전략을 꺼내 들었다. 외형 확장보다 브랜드와 플랫폼의 내실 강화에 방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해외 수출과 브랜드 재정비로 재도약 모색
다른 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섬은 전년 대비 매출과 이익이 모두 감소했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58% 가까운 영업이익 감소를 겪었다. 코오롱FnC는 적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들은 단기 실적에만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인 브랜드 재정비와 글로벌 확장을 통해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LF는 헤지스와 아떼 등 대표 브랜드의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수입 브랜드를 보강하고, 자사 뷰티 브랜드의 글로벌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각 사는 날씨 변수와 내수 경기 침체라는 이중 악재를 뚫기 위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해외 수익 기반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업계는 한목소리로 “더는 과거의 방식으로는 소비자를 붙잡을 수 없다”고 말한다. 트렌드 분석, 소비자 데이터 활용, 기후 대응형 상품 개발 등 전방위적 혁신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K-패션이 되살아나기 위해선 반짝 호재만 기대할 수는 없다.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기술과 브랜드의 내실을 강화하며,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시장 리스크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올해 1분기는 패션업계에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누가 먼저 실질적인 변화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승부가 갈릴 것이다.

봄옷 제대로 입을 시간도 없이 여름 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