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빼앗길 위기에… “이럴 바에야 차라리” 세입자들의 절박한 선택 급증

‘내 집 마련’ 꿈이 무너진 그들,
울며 경매장으로 향한다
세입자
전세 경매 셀프 낙찰 / 출처 : 뉴스1

“제 전세보증금을 잃을 바엔 차라리 제가 이 집을 낙찰받아 살겠습니다.”

서울의 한 빌라에 전세로 살던 A 씨는 올해 초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자신이 사는 집이 이미 경매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계약을 맺었고, 전세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마땅한 대안이 없던 그는 경매장을 직접 찾았다.

A 씨처럼 자신의 전셋집을 직접 경매로 낙찰받는 ‘셀프 낙찰’이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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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경매 셀프 낙찰 / 출처 : 연합뉴스

올해 수도권에서만 이런 사례가 878건에 달했으며, 이는 최근 10년간 최대치다.

서울은 올해 509건의 셀프 낙찰이 이루어져 수도권 전체의 60%를 차지하며 2012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물건은 낙찰가 외에 임차인의 보증금까지 변제해야 하는 구조 탓에 일반 응찰자가 잘 나서지 않는다”며 “이로 인해 경매 유찰이 반복되면서 세입자가 직접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서울의 한 세입자는 “다른 대안이 없었기에 경매를 통해 집을 직접 낙찰받았다”며 “보증금을 일부라도 회수하거나,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직접 소유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빌라 낙찰가율 상승… ‘공공기관’도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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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경매 셀프 낙찰 / 출처 : 연합뉴스

셀프 낙찰 현상이 늘면서 경매시장에도 변동이 감지됐다. 올해 서울 빌라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4.5%로, 9월 대비 2.6%p 상승했다.

이는 셀프 낙찰 외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경매 참여가 영향을 미쳤다.

HUG는 전세보증금을 대신 돌려준 뒤 해당 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든든전세주택’ 사업을 위해 경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가 급증하면서 세입자들의 ‘셀프 경매’는 사실상 최후의 선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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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경매 셀프 낙찰 / 출처 : 뉴스1

낙찰받은 뒤 집값을 회수하거나, 자신이 계속 살 집을 마련하려는 심산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세입자들은 추가적인 재정적 부담을 안게 된다.

경매 낙찰가 외에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며, 결국 또 다른 경제적 압박을 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세입자 보호를 위한 공적 보증 확대와 임대차 계약 검증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든든전세주택 확대와 피해자 구제를 위한 추가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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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경매 셀프 낙찰 / 출처 : 뉴스1

그러나 피해자들이 경매장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려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울며 겨자먹기식 선택”이 더는 강요되지 않는 주거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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