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보금자리의 몰락, 4건 중 1건이 ‘비상’…서울도 예외 없는 상황

절반 넘게 전셋값 떨어진 강서구
보증금 못 돌려주는 집주인 속출
서울 전세 시장 여전히 불안하다
세입자
서울 역전세 현상 / 출처 : 연합뉴스

“요즘 빌라 전세는 들어갈 때보다 나올 때가 더 걱정이다.”

서울 강서구 빌라에 살고 있는 A 씨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다.

실제로 올해 서울에서 이뤄진 연립·다세대 전세 거래 4건 중 1건은 기존 계약보다 보증금이 낮아진 ‘역전세’로 나타났다.

시세 하락이 계속되자 보증금을 제때 마련하지 못한 집주인이 속출했고, 세입자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확산했다.

전셋값 수백만 원씩 하락했다

세입자
서울 역전세 현상 / 출처 : 뉴스1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 전세 거래 7547건 중 1857건(약 24.6%)이 역전세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46%)보다 비중은 줄었지만 여전히 거래 4건 중 1건 이상이 시세 하락을 겪은 셈이다. 전셋값 하락폭은 평균 423만 원으로, 1년 전(979만 원)에 비해 절반 넘게 줄었다.

지역별로 보면 강서구의 전셋값 하락이 가장 컸다. 지난해 1억 9044만 원이던 보증금이 올해는 1억 8548만 원으로 497만 원 떨어졌다. 특히 강서구는 전체 전세 거래의 절반 이상인 54%가 역전세였다.

역전세란 계약 만료 시점의 전세 시세가 기존 계약보다 낮아져,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에게 받은 보증금만으로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줄 돈이 부족한 상황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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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역전세 현상 / 출처 : 연합뉴스

예를 들어 2억 원에 계약한 집이 1억 5000만 원으로 시세가 내려가면, 집주인은 부족한 5000만 원을 따로 마련해야 했다. 만약 이 자금을 못 구하면, 기존 세입자는 제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세입자에게는 낮아진 가격으로 새 전셋집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만, 집주인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보증금 반환을 위해 대출을 알아보거나 급매에 나서는 경우도 늘었다. 특히 집값보다 보증금이 더 높은 ‘깡통전세’가 겹칠 경우, 보증금 전액을 돌려주는 것조차 어렵게 된다.

전세 시장 회복,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하락의 배경으로 금리 상승, 대출 규제, 공급 증가 등을 꼽았다.

세입자
서울 역전세 현상 / 출처 : 뉴스1

새 아파트 입주가 집중되는 지역은 전세 매물이 쏟아지며 가격이 더 크게 떨어졌고, 금리 인상으로 전세 수요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방 측은 “지역에 따라 전세 시세 변화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전세 시장의 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세 시장은 여전히 구조적인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 서울 외곽을 중심으로 한 역전세 현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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