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서 세금 내느니, 차라리”… 상위 1% 부자들, ‘이것’을 택하는 이유 뭐길래

월세 4000만 원 계약 속출
전세 비중 급감하며 월세가 주류로
부동산 시장 구조의 대변화

“집을 사서 세금을 내느니, 차라리 비싼 월세를 내고 살겠다.” 최근 서울의 부동산 시장에서 초고가 월세 계약이 잇따르며 주택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과거 한국의 독특한 주거 형태였던 ‘전세‘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월세가 보편적인 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주거 환경에 대한 불안감 역시 커지고 있다.

초고가 월세, ‘그들만의 리그’ 현실로

서울의 고급 주거 단지를 중심으로 월세 최고가 기록이 연일 경신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서울 성동구의 ‘갤러리아포레’ 전용 241.93㎡는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4000만 원으로 계약됐다.

인근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역시 지난 4월 보증금 5억 원, 월세 3700만 원에 갱신 계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초고가 월세 시장의 주된 수요층은 연예인, 고소득 자영업자 등 자산가들이다.

한남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과거에는 강남을 중심으로 형성되던 초고가 월세 시장이 최근에는 용산과 성수동 일대로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주택을 직접 소유할 때 발생하는 높은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을 피하고,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월세 거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초고가 월세의 등장은 전세 시장의 위축과 월세 시장의 확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현상이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국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월세 계약은 105만 건을 넘어섰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처음으로 60%를 돌파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2020년 시행된 새 임대차법 이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졌고, 최근 정부가 전세금 반환 목적의 대출까지 규제하면서 전세 매물 자체가 급감했다.

서민 주거 불안 심화와 정책적 과제

문제는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서민들의 주거 불안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 가격과 월세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전세 대출이 어려워 월세를 선택해야 하는 세입자들은 이전보다 훨씬 높은 주거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단계에 있으며, 대출 규제가 계속될수록 월세화 현상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고령 취약 계층을 위한 임대료 지원 확대 등 월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주거 복지 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