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이혼 건수가 6년 연속 줄어드는 가운데, 60세 이상 부부의 이혼만큼은 정반대의 흐름을 타고 있다. ‘참고 사는’ 시대가 저물고, 노년의 결별이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잡은 것이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이 2026년 5월 14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2025년) 국내 이혼 건수는 8만8천130건으로 전년보다 3천21건 감소했다. 6년 연속 감소세로, 1996년(7만9천895건) 이후 2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황혼 이혼만 ‘역주행’… 1990년 이래 최다
전체 이혼이 쪼그라드는 와중에도 60세 이상 부부의 이혼은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남녀 모두 60세 이상인 이혼 건수는 1만3천743건으로, 전년 대비 943건 증가했다. 199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전체 이혼에서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15.6%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비중은 2022년 13.4%, 2023년 13.0%로 소폭 줄었다가 2024년 14.0%, 2025년 15.6%로 가파르게 올라섰다. 전체 이혼 파이는 줄어드는데, 황혼 이혼의 조각만 커지고 있는 셈이다.
30년 이상 부부의 결별… ‘황혼 이혼’ 구조적 원인은
혼인 지속기간별로 보면, 결혼생활 30년 이상인 부부의 이혼이 전체의 17.7%로 가장 많았다. 역대 최대 비중이다. 5~9년(17.3%), 4년 이하(16.3%)가 그 뒤를 잇는다. 오래 산 부부와 결혼 초기 부부에서 이혼이 집중되는 양극화 구조가 뚜렷하다.
평균 이혼 연령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남성 51.0세, 여성 47.7세로 각각 0.6세 올랐으며, 10년 전과 비교하면 남성은 4.1세, 여성은 4.4세 상승했다. 이혼이 더 이상 30~40대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긴 결혼생활을 이어온 부부가 참고 사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관계의 질이 낮으면 이혼을 선택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재산분할 제도 정착으로 경제적 기반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자녀 세대도 부모의 이혼을 예전만큼 강하게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라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황혼 이혼 증가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볼링그린주립대 연구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미국에서도 50세 이상 이혼율이 2배 이상 상승한 반면 전체 이혼율은 정체 또는 하락했다. 일본에서도 퇴직 전후 50~60대 부부의 이른바 ‘정년 이혼’이 사회 문제로 부각된 바 있다. 한국의 황혼 이혼은 OECD 고령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그레이 다이보스(Gray Divorce)’ 현상의 한국형 버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