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의 하루 설탕 공급량은 140g에 달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당류 섭취량(25~50g)의 최대 5.6배다. 매년 2.2g씩 늘어나는 추세 속에 정부가 마침내 ‘설탕부담금’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박은철 연세대 보건정책관리연구소 교수는 7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한국농촌경제연구원·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설탕부담금 정책토론회에서 가당음료에 당 함량에 따른 3단계 차등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했다.
당 함량 따라 3단계 과세…영국 모델 벤치마킹
박 교수가 제시한 안은 100㎖당 당 함량 5g 미만은 과세 제외, 5g 이상 8g 미만은 리터(L)당 225원, 8g 이상은 L당 300원을 부과하는 구조다. 영국이 2018년 도입한 ‘소프트드링크 산업부담금(SDIL)’과 동일한 설계 방식이다.
영국의 SDIL은 탄산음료·과일음료·스포츠·에너지음료·가당 커피 및 차를 포함한 비알코올 가당음료 전반에 적용되며, 부담 의무는 제조업체와 수입업자가 진다. 도입 이후 가당음료를 통한 당 섭취량이 1인당 하루 15.5g에서 10.8g으로 줄어드는 단기 효과가 확인됐다. 첫해 세수는 약 4,435억원에 달했다. 박 교수는 한국에 적용하면 첫해 약 2,276억원의 부담금 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청소년 비만 비상…10~18세가 가당음료 최대 소비층
설탕부담금 논의가 급물살을 탄 배경에는 청소년 건강 위기가 자리한다. 한국 소아·청소년의 비만과 과체중 증가 속도는 매우 빠르며, 특히 남자 청소년에서 심각한 수준이다. 가당음료로 인한 설탕 섭취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10~18세로, 2017년 이후 에너지음료 섭취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1월 28일 소셜미디어(X·구 트위터)를 통해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을 억제하고,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의료 강화에 재투자하자”고 밝히며 정책 논의에 불씨를 당겼다. 박 교수는 부담금 수입을 소아청소년 건강증진 사업, 대국민 건강 식생활 캠페인, 비만·만성질환 연구개발(R&D)에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찬반 팽팽…”풍선효과” 우려가 변수
그러나 국민 여론은 아직 양분된 상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달 전국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에서 찬성은 38.3%, 반대는 40.0%로 반대 의견이 근소하게 앞섰다. 응답자의 68.8%는 가당음료 구매를 줄이는 대신 과자·초콜릿 등 다른 당류식품 소비로 대체하는 ‘풍선효과’를 우려했다.
박성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식품원예경제연구실장은 “소비 구조 변화를 유도하려면 10~20% 이상의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며 “물가 상승과 형평성 문제 등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정교한 정책 설계와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 세계 116개국이 설탕세를 운영 중이며, WHO도 2016년 가당 청량음료에 20% 이상의 설탕세 부과를 권고한 바 있다.
설탕부담금은 공중보건 위기를 해소할 수단으로 주목받는 동시에 저소득층에게 불리한 역진적 조세라는 비판도 받는다. 청소년 비만이라는 명확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물가·형평성 논란을 최소화하는 정교한 설계가 이 정책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