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사료를 고를 때마다 포장지의 복잡한 외국어 기준에 혼란을 느낀 적이 있다면, 이제 달라진다. 정부가 4년간의 연구 끝에 국내 최초 반려동물 사료 영양표준을 공식 고시하고, 사료 포장지에 ‘완전사료’와 ‘기타사료’를 명확히 구분해 표기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2025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료 등의 기준 및 규격’ 고시 개정을 공포했다.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8년 전면 시행될 예정이며, 국내 주요 펫푸드 업체들은 즉각 대응에 착수했다.
해외 기준 난립 → 국가 표준 일원화
그동안 국내 반려동물 사료 시장에는 명확한 국가 기준이 없었다. 업체들은 미국사료관리협회(AAFCO)나 유럽펫푸드산업협회(FEDIAF)의 기준을 제각각 인용해왔고, 소비자들은 어떤 사료가 진짜 ‘주식’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이번 제도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의 연구를 통해 개발됐다. 기존의 ‘배합사료’라는 가축용 분류 체계에서 벗어나 반려동물 전용 영양 기반 분류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개·고양이 생애주기별 영양 기준 최초 수립
이번 표준은 개와 고양이의 생애주기별 필수 영양소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개의 경우 성견 38종, 성장·번식기에는 40종의 영양소 기준이 적용된다. 고양이는 성묘 41종, 성장·번식기 43종으로 더욱 세분화됐다.
표기 방식도 과학화됐다. ‘건물 100g당’과 ‘1000kcal 대사에너지당’을 이중으로 병기하도록 했으며, 동물시험을 대체하는 체외 소화율 예측법도 새롭게 도입됐다. 이 모든 기준을 충족한 사료만 ‘반려동물 완전사료’라는 명칭을 포장지에 기재할 수 있으며,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기타사료’로 표시해야 한다.
업계, 검증·라벨 개편 본격 착수
하림펫푸드, 동원F&B, 우리와, 대상펫라이프, 네츄럴코어, 로얄캐닌코리아 등 주요 업체들이 일제히 대응에 나섰다. 하림펫푸드는 현재 자사 제품의 영양소 정밀 검증을 진행 중이며, 패키지 측면과 후면의 표시사항 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동원F&B는 올해 출시하는 신제품부터 새 표준 적용 여부를 내부 검토 중이며, 기존 마케팅 표기 방식도 정부 기준에 맞게 바꿀 방침이다. 대상펫라이프는 원료 함량 표시 기준 확대와 자체 현장 점검 강화를 통해 단순 인증을 넘어 품질 관리 고도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와는 이즈칸, 에이앤에프(ANF) 등 주요 브랜드의 라벨 표시 변경 작업에 착수했으며, 네츄럴코어는 모든 포장지와 광고 내용 전수 점검을 예고했다.
이휘철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과장은 “국가 표준에 기반한 표시제가 안착하면 소비자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명확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휴먼그레이드’처럼 기능성이 검증되지 않은 마케팅 용어에 대해서도 제도적 제약 검토가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이번 제도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첫걸음이다. 2028년 전면 시행까지 업계의 준비와 정부의 지속적인 관리 감독이 맞물려야 제도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예기간 동안의 이행 과정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